생생 역사박물관만이 신성장동력 된다
최근 해남군은 국보급 고고학 성과를 거양하고 있다. 전라우수영 동헌의 실체 확인, 화원 초기청자요지에서 초대형 흙가마 최초 발견, 송지면 군곡리에서 마한시대 집단주거지 확인에 이어 현산면에서 100여 기의 고분과 수백 기의 고인돌을 속속 찾아내고 있다.
해남군은 역사박물관 건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해남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용역사가 밝힌 내용의 핵심은 읍 연동 땅끝순례문학관 서쪽 약 5,000평 부지에 300억원을 들여 1,900평 규모의 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경쟁력 있는 해남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해남역사박물관은 백두대간과 해양이 만나는 역사의 현장에 건립돼야 한다. 용역을 맡은 관계자는 관람객 증대를 위해 녹우당이 최적지라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접근성과 편리성만을 따진 결과이고 예정부지 평가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의 현장성을 아예 포함도 시키지 않았다.
우리나라 3대 명문 종가인 녹우당은 그 가치가 무궁하다.
이런 전통적인 마을에 현대식 거대한 박물관은 경관에서부터 어울리지 않는다.
둘째, 향토 고고유물 중심의 대형 전시관을 지양하고 테마형 고대역사문화 체험마을을 지향해야 한다. 시·군 향토사박물관은 전시관이 클수록 어려움도 커진다. 게다가 해남출토 유물 중 국보급은 모두 국가에서 관장하기 때문에 해남에서는 모조품을 전시해야 한다. 때문에 전시관 중심은 곤란하다.
대안으로 해남에는 테마형 전문박물관과 고대 역사현장에 의식주 체험형 문화마을을 만들자. 요즈음 교육은 체험학습이 대세이다. 전시관은 최소화하는 대신 VR체험, 캠핑, 글램핑 등 편의시설을 마련해 수학여행단도 유치해야 한다. 따라서 예정부지는 넓어야 한다. 예컨대, 이웃 강진군은 청자를 테마로 박물관 사업에 성공했다, 여기에 후속으로 정부사업을 계속 유치하고 있는데 이는 넓은 부지 때문에 가능하다. 처음 3만5,000평으로 시작한 부지는 약 8만 평으로 확장됐다.
셋째, 중심테마는 신미제국의 거점도읍인 ‘침미다례(다례=달=땅)’의 중심지에 고대 문화마을 건립을 제안한다. 마한제국은 전기 54 소국과 후기 20여 소국으로 나뉘는데, 신미제국은 전라남도 서남부지역에 4세기 말까지 있었던 후기 마한에 속한다. 신미제국은 3세기 말 중국에 십여 차례 사신을 파견할 정도로 해양강국이었다. 신미제국의 거점도읍인 ‘침미다례’는 송지면 군곡리를 비롯한 백포만 일대가 통설이다.
특별히 현산면은 도처에 수 백기의 고인돌과 패총, 옹관무덤, 산성, 백여기의 고분, 주거지 등이 발견돼 침미다례 해양문화의 위용을 보여준다. 이런 차별화된 유적들이 경쟁력이며 곧 생생 박물관이다.
넷째, 생생 박물관 건립에는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신성장동력으로 가꿔야 한다.
주민참여는 건축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이때 고고학만이 아니라 문화인류학적으로 접근해야한다. 예컨대, 산성에는 고대마을을, 인근 하천에는 해상포구를 복원하자.
주변유적과는 도보와 자전거 역사순례 꽃길로 연결하고, 지역의 농수축산물 등을 홍보·판매할 수 있는 장거리도 마련돼야 한다.
물론 여기에 우리의 전통 민속과 국악도 보태져야 한다. 이렇게 접근해야만 박물관 건립 후 정부지원의 대형사업도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 고대 제국을 테마로 차별화된 해남역사박물관은 역사의 현장에 있어야 박제된 공간이 아닌 지역의 성장동력이 된다. 이를 위해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