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해 해주세요
한 마을에서 지역아동센터를 13년 차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지역아동센터가 어떤 곳인지 물으시는 분이 계십니다. 아니, 지역아동센터가 있는지 모르시는 분이 더 많으십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가 자라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동네 아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십니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마을에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고 다들 말씀하십니다.
해남군에는 면마다(계곡, 삼산, 북평 제외) 한 개 이상의 지역아동센터가 있습니다. 어떤 곳은 이십 년 넘게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종사자들은 호봉 없는 최저임금에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늦은 밤, 퇴근하는 저희에게 누군가는 “뭔가 있으니 저렇게 하겠지” 하십니다.
맞습니다. 저희가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노라 이리 날마다 아이들과 씨름하는지.
가만 생각해 보면 분명 뭔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저희 가슴 속에 아이들을 향한 비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아프리카 친구들을 위해 커피 한 잔 줄일 수 있는, 옷 한 벌 안 살 수 있는 품격있는 이들로 자라길 바라는 소망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일을 여전히 멈추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너희들은 염소가 얼만지 아니? 몰라 몰라
아프리카에선 염소 한 마리 4만원이래. 싸다!
하루에 커피 한 잔 줄이면 한 달에 염소가 네 마리
한 달에 옷 한 벌 안 사면 여기선 염소가 댓 마리
지구의 반대편 친구들에게 선물하자
아프리카에선 염소 덕분에 학교 간단다 ♬
옥상달빛 <염소 4만원> 노래 中
초등학교 학예회가 끝났음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입안에 ”염소 사만원“을 담고 다닙니다.
발표회를 위해 배운 곡이었는데 흥겹고 쉬운 멜로디에 아이들 입에 감겨 더욱 정감 넘칩니다. 아이들에게 이리 멋진 곡을 알려주신 선생님을 생각하니 입안 가득 절로 미소가 번집니다.
옥상달빛이 아이티에 봉사를 다녀온 후 지은 곡이라니 더욱 멋집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아이들은 준비합니다.
소소하지만, 마을 어르신들이 계심에 감사함을 조그마한 선물에 담아 성탄의 기쁨을 전하려고 합니다. 거기에 저희 친구들이 직접 그린 우리 마을 역사문화지도까지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의 이 마음이 자라서 누군가를 위한 꿈을 담는 그릇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마을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한 어른들이 많아야 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다른 이를 향한 꿈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