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의 행복지수, 한국은? 새해 아침의 소망

2021-01-13     김옥열/다큐디자인 대표
김옥열/다큐디자인 대표

 

 빈국 부탄이라는 나라는 국민들의 행복지수(GNH : Gross National  Happiness)가 잘 사는 선진국들보다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행복지수는 가난하지만 삶의 만족도, 환경오염도, 청렴도, 기대수명 등의 요소들을 기준으로 평가하며 국민들이 그렇게 느낀다는 거다. 종교적 신념에 왕정국가라는 독특한 사회여서 그런 점이 있겠지만, 실제로 가서 본 부탄사람들은 표정도 밝고 말 그대로 입에 ‘행복’을 달고 산다.
 눈에 보이는 대로만 비교하자면 경제수준은 우리의 70년대 말 수준으로 보인다. 부탄은 돈이 없어 번듯한 고속도로 하나 놓지 못하고 도로포장은 인도의 도움을 받아야만 가능한 그런 가난한 나라다. 그래도 사는 모습은 똑같고 지지고 볶는 일상사는 비슷하다. 오히려 더 행복해한다. 그들 삶이 궁금하면 최근 개봉했던 영화 ‘교실안의 야크’를 한 번 찾아보기 바란다.
 우린 어떨까?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기술 보유국,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류의 나라…. 모자라는 것 부족한 것 없는 부자나라다. 그런데 우린 행복해하고있을까?
 우리가 누리는 기술문명 수준은 가히 선진국 중에서도 최고인 것 같다.
 손바닥 안의 작은 기계로 못할 것이 없는 엄청난 변화의 시대, 편리함의 극단을 보여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농촌으로 와도 그렇다. 물꼬 막아놓고 하늘만 쳐다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가뭄으로 농사 못짓는 시대는 지났다. 이젠 집에서 하우스를 열고 닫고, 물과 거름도 핸드폰으로 조절해가며 주는 세상이다. 가히 천지개벽 상전벽해의 편리한 세상에 와 있다.
 뭐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놀라울일도 아니다. 다만, 이 편리하고 좋은 기술 세상에 우리 삶은 과연 따뜻하고 행복한가? 물질적으로 가난한 부탄 사람들보다 우리는 과연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크든 작든 공동체가 함께 잘 살고, 서로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사는 것이 인간 세상에선 바람직한 모습일 것 같다. 왜? 무리지어 살 수 밖에 없는 동물이니까. 그런데 우린, 악다구니써서 나만 잘 나가면 되고,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에 돈의 액수만 작용하고, 미래세대는 죽든지 살든지 지금 펑펑쓰고 풍족하고 편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행복지수가 낮고. 대한민국 사람들이 행복지수가 낮다는 것은 무슨 통계를 들이댈 필요도 없이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인위적으로 구분해놓은 새해아침이라는 게 뭐 특별할 것은 없지만, 마감하고 새로 시작하는 구분선을 지어놓은 것은 한 번쯤은 뒤돌아보고, 앞날을 다시 설계해보라는 뜻이 아닐가?
 특히 그간의 모든 인간세상 질서, 세상의 흐름을 모두 바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매우 심각한 속에 맞는 새해아침이라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그동안 살아온 방식은 타당했는가? 적절했는가?’를 되새겨봐야 할 때가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돌아보자. 10년, 100년은 고사하고 한 치 앞도 내다보지 않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의 이익과 눈앞의 먹거리, 내 승진, 내 이익, 내 행복만 챙기는 세상은 과연 적절한가? 후세도 살아갈, 덜 소비하고 덜 버리고 덜 개발해서 지속가능한 자연환경, 지구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충분하지 못한 정주여건과 생활비로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과 함께 가야하는 문제, 지역간 균형있는 발전으로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가? 물질보다는 사람 사는 정이 흘러넘치는 공동체를 위한 문화를 만들 수는 없는가? 건물 하나 더 짓고 도로 하나 더 뚫기보다 어렵고 소외받는 이웃들을 챙기는 데 돈을 쓸 수는 없는가?
 당장 어렵고 소외받는 저소득층과 외국인노동자, 이주여성 등 약자들의 삶은 따뜻한가? 행정은 그들을 찾아서 보듬어주는가? 지역의 작지만 소중한 가치는 외면하고 있지 않는가?
 신축년 새해 아침에 수많은 질문을 던져본다. 앞만 보고 달리고, 성과 제일주의, 성장 일변도의 방식이 아닌 천천히라도 손잡고 같이 걷는 세상을 위한 질문이다. 우리 해남이라도 그런 질문에 크게 답할 수 있는 고장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