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립미술관. 해남군의 문화예술정책의 시작이다

2021-03-30     이승미/행촌문화재단 대표
이승미/행촌문화재단 대표

 

 해남군립미술관 건립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얼마 전 군에서 실시한 공청회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지역예술가 단체가 할 말이 많았다는 전언이다. 그만큼 군민 대부분의 관심사항이라는 의미이다.
 군립미술관을 건립하면서 다양한 군민의 의견을 듣고 미술관 건립사업에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일의 시작이다. 이처럼 뜨거운 감자가 되는일은 무관심보다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군에서도 의욕적으로 시작한 일이니 이미 예상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군립미술관의 완성된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 것이 아쉬운 지점이다.
 군립미술관은 현재 해남군 문화예술 시설 규모와 분포, 상호 연관성 및 연계 발전 가능성, 학교 학부모 교육청, 상인 등 다양한 군민의 의견, 타지역 군립미술관‧박물관 운영자나 지역 원로와 문화전문가들의 의견, 유사한 규모의 인근 지자체, 해외 지자체 성공사례 검토, 그리고 그 위에 해남군의 문화 예술정책의 방향을 세우고 해남 군립미술관이 향후 해남군의 문화예술 생태계에 미칠 영향, 인구정책과 관광정책, 교육정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청사진을 제시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미술관을 하나 마련하는 것이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할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렇게 했어도 앞으로 넘어야 할 사안 역시 한 두가지가 아니어서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다행인 것은 해남군립미술관 설립에 반대는 없는 듯이 보인다. 오히려 해남군민의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기다린 숙원사업이었기에 군립미술관의 장소와 규모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지역예술가 입장에서는 다양한 단체의 시각에서 어느 것 하나도 충족되지 않는 미술관 규모에 당황스러웠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문가입장에서는 군의 미술관 정책의 모호함이 의아하다. 체험공간을 마련하려다가 문체부 예산을 의식해 미술관 명칭을 붙였다는 인식이 안타깝다.
 문화체육관광부 포함 중앙정부에서는 지역미술관 건립에 국비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공립미술관 박물관 건립에 엄격한 사전평가를 시행한다. 사전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공공 미술관 명칭을 쓰지 못한다. 도립‧시립‧군립모두 예외는 없다.
 여타 시군에서 치밀한 준비를 해도 재수 삼수는 기본이다. 미술관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 위원들이 소장품, 접근성, 규모, 위치 중장기 운영계획, 전문인력확보 등 개관전부터 적어도 2~3년 간의 전시와 운영프로그램, 지역문화 연계방안 등등을 면밀하게 살핀다. 미술관 건립 담당자와 전문가들이 함께 1년 가까이 사전평가 준비를 한다. 2021년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 17개 시군에서 신규 공공 미술관‧박물관을 신청하고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1988년 이어령 장관의 꿈. 대한민국에 1,000개의 미술관박물관을 표방하던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벌써 40년 가까운 시절이니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옛이야기가 됐다.
 군의 답변대로 정부 예산이 목적이라면 지금은 폐교를 재활용하는데 알맞은 지원사업이 여러 개 있다. 문화소외지역 군소유 공간을 활용한 예술위원회 작은미술관 사업을 비롯해 지역문화진흥원 산업유산 재생사업도 시도해볼 만한 사업이다. 해남군에서는 수년 전 전 도지사 시절 연동 인근에 군립공재미술관을 검토한 바도 있다. 연동의 공재미술관이 흐지부지되고 5년이 흘렀다.
 개관하자마자 잊혀진 땅끝ㄱ미술관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