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관 - 밥 먹으러 왔는데, 권투선수 작품이 반기네
의제, 임정, 서강, 남파 남종화 흐름 한눈에 해남대표 남종화 갤러리, 모든 방에 대작 걸려
대흥사 입구 유선관에서 숱한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림과 서예 작품들이 해남읍에 위치한 유선관으로 옮겨왔다.
유선관은 해남식당 중 대표적인 남종화 갤러리라 칭할만큼 식당 모든 방에 대작의 그림이 걸려있다.
음식 맛도 별미지만 남종화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둘러볼만하다.
먼저 권투선수 출신인 서강 박예수의 대나무 그림이 반갑다. 화산면 방축출신인 박예수는 페더급 전남 대표와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지낸 인물로 서예와 대나무를 잘 그렸다.
호방했던 그는 자신의 작품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즐겼는데 아쉽게도 그의 작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90년대 해남대표 남종화 화가였던 임정 조성춘의 쌍 맹호도는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작품이다. 임정은 평생 그림만 그리다 간 이로 호랑이 그림을 잘 그렸다.
대나무 숲에 참새가 노니는 그림을 즐겨 그렸던 마산면 출신 남파 박기일 작품도 있다.
남농 허건에게 사사받은 그는 제1회 산업전람회 최고상, 한국문화미술대전 심사위원과 한국현대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한 해남출신 문인화가이다. 남농 허건과 호남 남종화의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지는 의제 허백련의 산수화도 벽을 차지하고 있다.
문인화 부문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치운 강종원의 和光同塵(화광동진) 예서체 서예작품도 식당 홀에 걸려있다. 이 작품은 계곡 출신 크라운제과 장완수 사장이 대흥사 입구에서 유선관을 운영할 때 선물한 것이란다. 서울에서 치운 문인화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는 치운은 서예뿐 아니라 문인화에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작가이다.
목인 전종주 교수의 啐琢同時(줄탁동시) 서예작품도 눈에 띈다. 목인은 호남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전 특선작가다. 글씨는 예서체이다.
진도읍에 남진미술관을 건립한 장전(長田) 하남호의 易地思之(역지사지) 예서체 서예작품도 있다.
장전은 한국 서예계의 거목 소전(小田) 손재형에게 서예를 배웠고 예서체로 국전 연4회 특선한 인물로 전서와 예서에 뛰어났다. 그는 한번도 개인전을 연 바 없지만 그의 작품은 대전 순국선열 충혼탑을 비롯 돌산대교탑문, 중국 산동성 신라방 장보고 장군 공적비, 판문점 자유의 집 현판 등 전국에 남아있다.
원두막과 모닥불로 유명한 백포 곽남배(1929~2004)의 모닥불 그림과 가리개 작품도 있다.
백포는 실경산수화 대가로 풍류와 여유, 해학과 기지를 함축한 서정적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진도군에 ‘백포 미술관’이 있다. 백포에게 사사받은 호정 박병삼의 8폭 산수화도 눈여겨볼만 하다. 규산의 파초 그림, 우천의 묵화병풍, 소심의 8폭 서예병풍 등 유선관은 그야말로 남종화 식당 갤러리이다.
윤재영(68)‧김귀순(67) 부부는 대흥사 유선관을 19년 운영하다 지난해 현재의 위치로 이전해왔다.
윤재영 사장은 평소 남종화 풍의 그림을 좋아해 꾸준히 작품을 구매해 왔고 2000년에 해남 처음으로 문화예술회관에서 남종화 소장품전을 열기도 했다. 이 모든 작품들이 대흥사 유선관에 전시됐다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유선관 : 해남읍 북부순환로 211-12(534-2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