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이 농촌을 살린다

2021-06-14     천정술/기본소득국민운동 해남본부 상임대표
천정술(기본소득국민운동 해남본부 상임대표)

 

 ‘하늘에서 돈비가 내린다면’이라는 소설이 있다. 또 우리는 로또 1등 횟수를 자랑하는 로또명당 앞에 줄을 서서 꿈을 꾼다. 이러한 상상이 커가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이 고달프다는 증거이다.
 첨단과학기술로 엄청난 생산력을 자랑하는 시대, 그러나 생산성 향상으로 얻는 이득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고 소수에 집중됐다. 엄청난 생산력 향상이 양극화를 더욱 초래한 것이다.
 그런데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삶은 더 고달파졌다. 우리가 기본소득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코로나19로 우리는 처음으로 조건없이 나라에서 주는 돈을 받으며 기본소득을 경험했다.
 가난과 무능을 입증해야 복지혜택을 받을수 있는 기존의 복지제도가 보편적 복지정책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꿈같은 이야기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기본소득의 세상에 살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 돈을 받는 아동수당, 직장을 잃으면 실업수당을 받고, 노인이 되면 노령연금을, 경기도는 청년수당을 받는다.
 여기에 더해 해남군은 농민수당을 전국 최초로 지급했다. 이도 기본소득
이다.
 농민수당은 농촌수당으로 확대돼야 한다. 또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예술인 수당, 장애수당도 지급돼야 한다.
 국가가 무엇을 해줄까를 바라지 말고 국민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라던 시대는 갔다. 특히 대한민국은 산업화과정에서 농촌을 소외시키며 희생을 강요했다.
 그러나 이젠 당당히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 내 삶을 보장하라고, 그동안의 희생을 보상하라고!
 1608년 조선 최초 조세개혁인 대동법이 실시됐다. 대동법의 핵심은 호수별로 부과하던 공납을 토지면적 단위인 결수에 따라 부과해 조세의 형평성을 크게 높인 점이다. 소유한 토지의 많고 적음에 따라 공납을 부과한 결과 농민들의 공납 부담이 크게 줄었다.
 영화 광해에서 이병헌이 일갈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막대한 토지를 소유한 양반 지주들은 공납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고, 땅 한 뙈기 없던 농민들은 공물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대개혁이었다. 이러한 대동법과 같이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에 세금을 부과해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모든 일상이 바뀌었다.
 또 코로나19는 먼 미래를 빠르게 현실로 당겨왔다.
 기본소득도 마찬가지이다. 오래 걸릴 것 같았던 기본소득 논의가 코로나19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기본소득 운동은 2009년 출범한 기본소득 한국네트웍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본소득국민운동 해남본부도 출범해 기본소득 운동의 닻을 올렸다.
 빠르게 위축돼 가는 농촌의 소멸을 막고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는, 안전판이 될 기본소득의 제도화와 정착을 위한 논의가 해남에서도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