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자 할머니 - 투명페트병 400개씩 모아 읍사무소로
소일거리 생겨 재밌고, 돈도 생겨 좋아
해남읍 고도리 김향자(72) 할머니는 읍사무소에 차려진 재활용품 유가보상센터에 3일에 한 번씩 자원을 내고 있다.
고도리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씨는 우연히 같은 아파트 어르신이 페트병을 모아 소일거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심심풀이로 페트병을수거하기 시작했다.
분리배출을 먼저 실천한 아파트 어르신에게 페트병을 비우고, 헹구고, 제대로 분리하는 법을 배웠고 지난 4월 처음 재활용품 유가보상센터를 방문했다.
자원순환운동에 동참하면서 지루하던 일상에 재미가 생겼다. 길을 걷다가도 페트병이 눈에 띄었다.
김향자씨는 “손이 여러번 가는 일이라 안 하려고 해도 페트병이 보이면 손이 근질근질하다”며 “자원순환활동을 하니 돈 십원이라도 생겨 좋고 모아 놓으니 이것도 솔찬히 큰 돈이다”고 말했다.
지난 두 달 간 본격적으로 자원순환운동을 실천한 김씨는 유가보상센터에 자원을 20번 배출했다. 이제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하는 것은 전문가가 됐다.
김씨는 소일거리로 빌라, 식당, 여관 등 주변에서 페트병을 모아 집에서 작업을 하는데, 먼저 칼로 접착된 비닐을 제거한다. 칼로 한번 그으면 비닐이 바로 벗겨져 물에 병 안을 헹궈 이물질을 제거한다. 그리고 뚜껑 닫아 병을 발로 눌러서 찌그러뜨린다.
여러 과정을 거치지만 이런 소일거리가 있어 심심하지 않단다.
김씨는 3일에 한 번 페트병 400개 정도를 모아 읍사무소 유가보상센터를 찾는다. 매번 4,000원의 돈을 포인트로 적립하다 보니 벌써 10만원 돈이 쌓였다.
젊었을 때는 밭일을 하고 바다전복일도 했다는 김씨는 지금도 마음은 밭으로 바다로 일을 하러가고 싶지만 몸이 안 따라줘 노인일자리 사업 등을 하며 용돈벌이를 하고 있단다.
김향자씨는 “정성을 다해 모은 돈인 만큼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해남군이 실시하는 재활용품 유가보상제는 ‘비우고, 헹구고, 제대로 분리하고’를 실천해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소각 등으로 발생하는 탄소, 미세먼지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주민참여형 운동이다.
재활용품 유가보상제는 성남시에 이어 해남군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실시해 주민참여형 실천방안으로 주목받으며, 7월부터 각 면에서도 요일별로 순회하며 재활용품을 수거, 포인트로 적립하고 있어 군민들의 참여가 점차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