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면장 부활, 밤을 새고 고민해도 아닌 것 같다
부읍장‧부면장제 부활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해남군은 읍면 현장행정 강화를 이유로 들어 부읍장‧부면장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무보직 6급의 예우 차원으로 밖에 해석되질 않는다.
이유는 부면장이라는 멋진 이름은 주어지지만 실제 하는 일이란 총무팀장 역할이다. 여기에 직원들의 출장을 관리하는 일만 더해질 뿐이다. 총무팀장 역할을 대신하기에 총무팀에 대한 결재권한은 있지만 복지팀이나 산업팀에 대한 결제 권한도 없다. 허울뿐인 부면장인 것이다.
조직의 탄탄함은 위가 아닌 아래서부터 나온다. 실과장들에게 전결권을 준 것도 군수로 집중되는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부읍장‧부면장 임명권은 군수에게 있다. 그동안 읍면장 권한이었던 총무팀장 인사권마저 군수가 갖게되는 것이다.
공직자에게 있어 가장 큰 목표는 사무관이다. 그러나 사무관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퇴직하는 공직자수는 점점 늘어난다. 그만큼 공직자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늘어나는 공직자 수가 많다보니 무보직 6급도 늘어난다. 안타깝지만 이는 어느 조직이나 있는 일이다.
피라미드식 조직구조에서 최상에 오르는 수는 한정돼 있다. 결국 나머지를 직급으로 구제할 방안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피라미드식 조직구조에서 위로 오르지 못한 이들에게 기회의 균등이 아닌 시혜식 혜택은 위험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러한 변화가 삶을 옥죌지라도 다른 한편으론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자 역동성이다.
이러한 역동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조직운영에 시혜식의 직급을 주는 것은 조직의 역동성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
공직사회는 여러 사회조직 중 변화가 더딘 곳이다. 더딘 이유는 상명하달식 조직문화가 공고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읍장‧부면장 제도가 조직의 변화에 일조할 것인가이다. 해남군의 주장처럼 읍면 현장행정이 강화될 것인가이다. 부읍장 내지 부면장으로 임명된 공직자, 사무관 승진 기회는 없으니 이곳에서 부면장으로 퇴직하라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과연 부면장으로 신명나게 일을할까.
요즘 해남군의 사무관 나이가 젊어지고 있다. 젊은 면장 밑에 퇴직을 앞둔 6급 부면장, 면장의 영이 설까. 특히나 군수의 시선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있는 부면장이 면장의 지시를 따를지도 의문이다.
지금의 읍면 총무팀장들은 본청으로 들어오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한다.
또 본청으로 들어올 이들이 주로 총무팀장을 맡는다. 그러한 곳에 사무관 승진을 못해 배치된 6급 부면장이 간다는 것은 읍면 현장행정의 강화가 아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읍면도 본청만큼이나 중요한 공간이다. 주민과의 접촉이 직접적인 곳이다. 이곳에서도 역동적인 행정은 이어져야 한다.
달리 말해 정년을 앞둔 6급 부면장 보단 승진을 향해 뛰는 젊은 총무팀장이 읍면을 더 역동적으로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6급으로 퇴직하는 동료 공직자에 대한 안타까워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행정의 역동성은 해남군의 발전과 군민들의 삶의 질과 연관되기에 신중해야 한다.
언론이나 군민들이 해남군의 인사에 비평을 하는 것도 공조직 중에서도 공적 영역이 그만큼 더 크기 때문이다.
부읍장‧부면장 부활, 밤을 새고 고민해도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