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화원반도에서 해양문화를 탐구하다
<한국의 하이난, 해남의 해양문화 탐구>가 제29회 목포대 사학과 학생 심포지엄 주제이다. 심포지엄 준비팀은 지난 5월29일에 이어 8월27일 두 번째 해남답사에 나섰다. 이번에는 화원반도의 해양문화를 집중적으로 답사했다. 답사는 여몽 연합군과 삼별초가 치열하게 대치하며 해전을 펼쳤던 삼지원과 벽파진을 시작으로 명량해전의 거점인 우수영, 관음도량인 도장사, 옛 포구이며 해양신앙의 현장인 문내면 고당 일성산, 최치원이 창건했다는 설화가 전하는 화원면 서동사, 시하바다로 나가는 화원 당포를 거쳐 목포구 등대로 이어졌다.
필자는 <해남 화원 청자의 생산과 해양 유통>이라는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화원반도는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초기 청자 가마터가 발견된 곳이다. 지난 답사에서 민족문화유산연구원에서 발굴하는 초기청자 가마터 현장을 둘러봤는데 이번 답사는 화원에서 생산된 청자가 바다를 통해 전국으로 유통되는 루트를 주의 깊게 살펴봤다.
문내 고당마을은 과거 고려시대 황원군의 치소가 있었던 곳으로 일성산 입구에서 향나무를 따라 내려다보면 과거 고당마을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곳에 포구가 있었던 것이다. 일성산 정상에는 철마가 많이 발견되었는데 당시 철마는 하늘에 바치는 제물이었고, 철마를 바친 집단은 그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했다.
황원군의 치소가 있던 이곳에서 항해가 시작됐다면, 중간 화원면 신덕리에서 청자를 인수해 금호 바다를 지나 화원 당포에서 한 번 물때를 기다렸던 것일까? 당포만에서 알맞은 물때를 만나면 다시 배를 출항시켜 목포구등대 앞을 지나 시하바다를 통해 전국으로, 또는 동아시아 전역으로 항해했을 것이다. 당시로써는 위험한 여정을 떠나기 전에 뱃사람들은 안전과 행운을 기원하기 위해 제를 지냈던 것이 바로 해양신앙이다. 보타산에 자리한 도장사 역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관음 신앙과 연관이 깊은 곳이다. 뱃사람들은 앞서 이야기한 철마 신앙뿐만 아니라 관음 신앙 등 여러 신앙 앞에서 무사 안녕을 기원했다.
지도교수이신 강봉룡 교수님은 역사를 배울 때는 ‘공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의 나는 그 뜻을 어렴풋이 이해하고는 있었지만, 단순 지도를 보는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와보니 현장과 지도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꼈다.
하루 동안 우리는 해남 화원반도를 중심으로 문헌 사료나 지도로만 보았던 지역을 직접 눈으로 읽으면서 지도교수이신 강봉룡 교수님과 자문위원이신 변남주 교수님의 열렬한 강의를 동시에 귀로 읽었다.
이제 우리는 답사라는 좋은 공부를 머릿속에 새겨 다시 학생 심포지엄을 위해 항해할 때가 왔다. 이번 목포대학교 사학과 제29회 학생 심포지엄은 11월12일 금요일 개최 예정이다. 앞으로 남은 약 3개월의 시간, 다시 한번 돛을 내려 심포지엄을 향해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