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유당 - 다양한 표정으로 온 달마

2021-12-13     박영자 기자
담원 김창배의 달마도와 산하 박현일 달마도, 도림의 달마도 표정이 다 다르다.

 

 주인없는 찻집으로 더 유명한 옥천면 만년리 명유당은 전국의 차인들이 찾는 차의 명소이다. 한옥 안에 차려진 차방, 그 안에는 다양한 선화(禪畵) 작품들이 걸려있다. 특히 이곳에서 만나는 3점의 달마도는 모두 수작이다. 달마도로 유명한 담원 김창배 선생과 산하 박현일, 도림이 그린 달마도이다. 9년의 면벽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달마의 표정이 다 다르다. 

 

 

‘선묵화의 대가’로 불리는 담원 김창배는 차와 선이 조화를 이룬 독창적인 차묵화와 선묵화를 선보여 온 이다. 특히 달마도를 그리기 위해 달마가 걸었던 중국 땅을 순례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달마도를 완성했다. 해남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담원의 달마도는 삼베에 그린 그림이다. 깨달음을 얻는 달마의 표정이 저랬을까. 무념무상의 뚱한 표정, 담원 그림의 특징이다. 담원은 이 작품을 그리기 위해 100일 묵언을 했다고 하며 직접 명유당을 찾아와 작품을 전해줬다고 한다. 
담원의 뚱한 표정과 달리 너무도 천진한 미소의 달마도는 나주에 거주하는 산하 박현일의 작품이다. 그림 속 달마는 명유당 주인장인 김지우씨이다. 명유당을 찾아온 산하는 현장에서 달마도를 그려 주인장에게 선물했다. 김지우씨의 상이 쥐들이 열심히 물건을 물어다오면 그것을 모두 나누는 상이라며 나눔에서 느끼는 미소를 달마도에 담아낸 것이다.
도림의 달마도는 또 느낌이 다르다. 강한 붓 터치로 표현된 달마의 모습이 엄하면서도 왠지 맑다. 도림은 명상을 통해 달마도를 그리는 인물로 연꽃 등 맑은 선화를 주로 그리고 있다. 

 

 

전남 순천 출생인 소재 박춘묵의 맑고 단아한 차묵화(茶墨畵)도 눈길을 잡는다. 차 그림으로 유명한 소재의 그림은 단아한 한옥인 명류당과 너무도 어울리는 작품이다.
소재는 국전 특선작가로 국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명류당에는 벽 사면에 묵화(墨畫)가 그려진 작은 방이 있다. 이곳에 놀러 온 박춘묵 선생이 주인장이 집을 비운 사이 밤새 내내 벽에 장난끼(?)를 발휘한 것이다. 다음날 작은 방을 본 주인장은 춘화풍의 작품에 기절초풍했다. 애써 그려준 작가 몰래 춘화풍이 있는 곳을 부분부분 도배를 해버렸단다. 남들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감춰버렸다고 이만저만 아쉬워하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작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방이다.   
명유당 : 해남군 옥천면 만년2길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