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의 편지

2010-09-17     해남우리신문

추석을 앞둔 가족들에게

유난히 무덥고 길게 느껴지던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며칠 후면 추석이 다가오네요. 여기저기 흩어져서 살던 가족들이 오고,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족을 만나러 가기도 합니다. 부부와 아이들로 이루어진 핵가족과 조부모, 형제들을 포함한 확대가족이 함께 만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웃고 즐기며 일체감과 연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다툼이나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길까봐 긴장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어땠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나름의 명절전통이 있어서 함께 놀이하고 성묘가고 선물을 주고 받으며 소속감, 친밀감, 연대감, 가족의 전통을 이어가는 기회로 만드는 가족이라면 더 없이 좋습니다.
자녀들이 아동기나 청소년기인 가족이라면 더욱 명절을 잘 활용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와 형제자매가 세상에서 가장 처음 맺는 사회관계망이고 그다음이 조부모를 비롯한 친척들입니다. 부모가 아이들과 맺는 관계의 질이 아이들의 자존감, 도전과 성장, 행복감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모든 어른들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편안하고 깊은 관계망을 만들어주는 것은 기본적인 의무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부모 자신은 물론이고 조부모나 친척들과의 관계의 질은 아이들의 삶에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들이 자라 가족을 꾸려서 부모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후대가 화목하고 번성하기를 바란다면 지금 현재의 우리가족의 모습을 살펴보고 좋은 점은 확장시키고 안 좋은 점은 방향을 바꾸도록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우리의 부모가 살아왔던 방식 중에 싫었고 안 좋았던 방법을 현재의 가족들에게 내가 똑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문득 발견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알면서도 계속하는 경우가 많아서 좋지 않은 양육방식이 결국 아이들의 어려움과 문제를 가져오는 요인이 됩니다. 부모로서 성장하고 발전하여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에 긍정적인 도움이 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아이들의 삶을 우울하고 분노하며 아주 작고 일그러진 자아상을 만들게 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저는 상담을 하면서 만났던 많은 아이들 중에 한명도 처음부터 문제가 있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과 상담하고 도움을 받습니다. 아이들에게 문제를 가지게 할 수 있는 가족의 관계흐름, 방식,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불안 등을 살펴보고 조정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내가 부모와 풀지 못한 문제나 거리감이 있다면 이번 명절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을 해볼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아이들을 조부모와 내 형제들, 조카들과 즐겁고 편안하게 이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편지나 선물주고 받기, 가족의 즐거운 추억 이야기 하기, 즐거운 놀이함께 하기, 맛있는 음식먹기, 짧은 여행 등 생각해보면 가족들 나름대로 좋은 방법들을 무궁무진하게 찾아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부모가 우리를 키웠던 때와 지금은 사회 문화적 경제적 환경이 너무나 많이 변했습니다. 가족의 갈등과 어려움을 현재의 핵가족 내에서는 어떻게 반복하지 않을지를 늘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부모역할 중에서 가장 어렵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노력을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부모가 많아져야 어려움을 겪고 상처받아서 분노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는 아이들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푸른 하늘에 눈부신 흰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은 살갗을 부드럽게 스치며 지나갑니다.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떠오르는 아이들의 얼굴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도 이번 명절이 가을날처럼 맑고 가벼웠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