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송문학촌 토문재 - 혐오의 시대…땅끝에서 인문 르네상스를 꿈꾼다
작가들 창작공간 인송문학촌 토문재 땅끝은 모든 것이 예술이자 문학적 토양
혐오의 시대, 갈등과 충돌의 시대, 그의 화두는 인문의 부활이다.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인간성 회복 운동이었던 르네상스를 문학에서 찾고 싶은 것이다.
인문의 부활,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문학인들의 책무이고 그러한 책무를 짊어질 때 갈등과 충돌의 시대는 인문의 시대로 나아간다는 믿음. 그 믿음이 탄생시킨 공간이 인송문학촌 토문재이다. 글을 토해낸다는 의미의 토문재는 인송 박병두 작가가 기나긴 방랑에서 얻은 결실이기도 하다.
해남 출신인 그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또 문학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글 창작솜씨와 활발한 활동 탓에 그는 문학인들 사이에서 꽤나 넓은 발을 지닌 이로 알려져 있다. 정년 퇴직 후 그는 해남과 완도, 제주도 등에 위치한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유랑하며 마음껏 글을 썼다. 그러나 치유되지 않는 공허감, 창작공간을 유랑하면 할수록, 글을 토해내면 낼수록 공허감은 커갔다.
그것은 시대가 준 공허감이었다. 갈등과 충돌을 넘어 혐오의 시대, 인간성의 상실시대는 그에게 자꾸 작가로서의 책무를 되묻게 했다.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상실된 인문정신을 살려내야 하고 살려낼 것이란 믿음이 있다. 그러려면 건강한 작가들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 그들이 맘껏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그가 인송문학촌 토문재를 희망의 땅, 땅끝에 짓게 된 동기이다. 물론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만들기 위해 해남 곳곳을 눈여겨 봤다.
그러나 지금 토문재가 위치한 땅을 처음 밟았을 때의 차분하고 편안한 마음, 땅기운이 달랐다. 그가 2여년 동안 여러 지자체의 작가 창작공간을 유랑하면서 느꼈던 것은 글은 사람과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토문재가 들어설 송지면 송정리는 뒤편으로 달마산이, 앞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는 천혜의 경관을 갖추고 있었다. 또 토문재 뒷산을 1시간 가량 걸으면 도솔암이 나오고 땅끝도 인근에 있었다.
글에 영감을 주는 또 하나의 주제인 사람, 땅끝사람처럼 인심좋고 풍부한 이야기거리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작가들의 창작에 필요한 모든 것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바로 이곳이다는 마음을굳혔다. 욕심도 생겼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독보적인 작가들의 창작공간,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건축은 준공을 마치고 오는 2월부터 5명의 작가들을 맞는다. 작가들은 이곳에서 5개월여 간을 머물며 창작을 한다. 또 문학낭독회와 작가초청 토크콘서트를 주‧월‧분기별 개최하고 인문학 관련 강좌 문학창작교실도 운영된다.
그는 토문재에 머물 숱한 작가들의 글 영감은 땅끝해남과 땅끝사람들이 될 것이고 그와 관련된 글이 쏟아질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다. 그러한 작가들의 글을 통해 땅끝해남은 인문의 명소로 떠오르고 땅끝이 갈등과 충돌의 시대를 인문의 시대로 열어낼 것이란 희망도 키우고 있다.
그는 토문재를 철저히 작가 중심의 공간으로 설계하고 가꿨다. 40여명이 앉아 토론회와 세미나를 열 수 있는 인송정 정자는 이곳 공간의 압권이다. 앞이 시원하게 열린 바다, 파도의 너울을 바라보며 문학 낭독회와 시낭송회가 가능한 공간이다.
또 뒷산인 인추봉과 도솔암으로 이어지는 산책길과 송지 송호리에서 땅끝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송호리 소나무 숲과 모래해변은 작가들의 휴식공간이다.
그는 창작에 목말라 잠 못 이루는 작가들을 환영한다. 글이 좀 서투르면 어떤가. 이 땅에 인문영역을 확장하고픈 작가, 함께 보듬고 살고자 하는 작가를 기다린다.
그는 작품의 영감을 찾아 나서는 이들에게 1주일간 머물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가족이면 더욱 좋다. 이곳에 일주간 머물며 땅끝과 해남을 두루 여행하며 작품을 구상할 수 있게 배려한 공간이다.
토문재에는 창작집필실과 문학관, 세미나실, 위크숍 룸이 구비돼 있다. 혼자 유유자적 차를 마시며 해방감을 즐길 다락 차방도 있다.
토문재 공간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장된다. 전국에서 발간된 문학 월간지 및 계간지를 논문자료처럼 활용하는 문학도서관과 작가 수련원이 건립된다.
그는 글을 쓰면서 여행의 중요성을 알았다. 여행은 작가에게 휴식이면서도 영감의 토대이다. 인근 목포시와 완도군, 진도의 문화예술단체와 교류를 통해 또 땅끝과 연결된 남파랑길과 서파랑길을 걸으며 토문재를 찾는 작가들에게 남도의 인문 여정을 제공할 생각이다.
그는 인문학의 궁극적 목적은 관심과 배려 나눔의 실천이라고 밝힌다. 그것을 찾았을 때 사람냄새 나는 인간성도 회복된다는 믿음, 땅끝해남에서 그것을 찾고 싶다. 땅끝해남에서 문학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싶다는 박병두 작가, 인송문학촌 토문재에서 그의 희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