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미술관 - 농촌형 미술관…화원 배추요? 미술관도 있어요
주민 모두가 작가 전시회 열며 문화향유 배추·어린이·주민 주인공인 미술관 지향
화가는 꿈을 꾼다. 꿈속의 서쪽바다와 마을, 등대가 말을 건넨다. 그 순간 화가는 붓을 든다.
서쪽땅끝마을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의 강렬한 영감, 화가는 붓을 통해 서쪽바다와 마을, 등대를 본다. 그 모든 게 살아있다.
한반도 서쪽 끝자락, 화원면 매월리 서쪽땅끝마을에서 30년째 붓을 잡고 있는 이정순 화가의 작품 소재는 언제나 서쪽땅끝과 자연, 사람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서쪽땅끝 사람들은 화원면 사람들로, 서쪽땅끝은 화원면으로 대상과 공간이 확대됐다.
화원문화학당을 만들었다. 문화학당을 통해 각 마을을 돌며 공예수업과 요가 수업을 열었고 너른뜰협동조합이 제공한 창고에서 뜨개질과 한지공예, 퀼트 등의 토탈공예 등을 가르치고 배우는 문화학교를 운영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농촌주민들도 즐길 권리가 있다며 그림과 마당극을 들고 해남 12개 면으로 신나는 예술여행도 다녔다. 신나는 예술여행에는 해남작가들과 청년작가들이 동행했다. 떠도는 문화 집시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문화 집시로 나선지 4~5년, 작가의 마음에 서쪽 땅끝 배추밭의 생명력이 더 절실히 다가왔다. 본인 그림의 주제였던 서쪽 땅끝의 풋풋함을 화원주민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러한 그에게 화원농협 옛 농기구 창고와 폐가의 담벼락, 막걸리 공장 등이 들어선 골목 담벼락이 시야에 들어왔다.
머리에 배추를 뒤집어쓰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 거리 곳곳이 아이들의 미소와 배추, 농촌의 사시사철 푸른 들녘이 담긴 화원면 예술의 거리는 이렇게 탄생했다. 서해바다를 앞에 두고 끝없이 펼쳐진 붉은 황토밭의 배추는 화원면의 자부심이다.
봄에는 겨울을 뚫고 올라온 ‘봄동’, 여름에는 양배추가 자라고 가을엔 김장배추, 겨울에는 뽀얀 눈 속의 월동배추를 품고 살아가는 화원면이다. 또 화원농협 김치공장은 우리나라 대표 김치공장이다. 벽화의 주인공은 배추와 함께 화원면의 어린이들이다. 문화를 통해 환경을 변화시키고 아이들이 살기 좋은 화원면을 만들어 보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는 벽화거리인 것이다.
벽화거리에 이어 화원농협(조합장 서정원)과 의기투합해 옛 농기구 창고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유럽의 르네상스는 척박했던 변방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됐다. 비주류가 일으킨 변화, 그건 주류가 일으킨 변화보다 울림이 크다. 해남종합병원이 운영하는 행촌미술관과 수윤미술관에 이어 탄생한 화원미술관은 해남 세 번째 미술관이자 면단위에선 첫 미술관이다.
화원미술관 덕분에 화원주민들은 미술관에서 미술수업을 받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대도시 또는 특정인들만 관람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미술전시도 수시로 접하게 됐다. 화원미술관은 2021년 10월15일 오픈했다. 오픈 기념전으로 해남에서 활동하는 전업 작가 김경호, 김우성, 김창수, 박득규, 조병연, 오승관, 양은선, 이정순 화가의 연합 전시회가 열렸다.
또 화원 주민들을 위한 미술수업과 주말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수업도 열렸다. 이곳에서 그림을 익힌 주민들의 전시회도 열렸다.
폐건물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화원미술관은 농촌의 대안공간으로도 떠올랐다. 대안공간이란 폐건물의 활용을 넘어 그 안에서 일어나는 주민들의 인문활동, 예술활동을 통해 확장해 나가는 지역문화를 의미한다.
화원미술관 규모는 40평, 아기자기한 농촌형 미술관이다. 화원미술관에 이어 화원면 벽화거리는 아트투어 코스다. 화원면소재지에서 가장 쇠락했던 골목길이 화원에서 가장 환한 거리로, 예술 골목길로 탄생했고 또 확장 중이다.
개관 2개월을 조금 넘긴 화원미술관은 실험중이다. 상설미술관으로 가기 위한 준비도 하고 주민들과 더 다양한 예술활동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도 연구 중이다.
화원미술관 이정순 관장은 “화원미술관은 폐창고를 리모델링해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탄생시킨 공간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며 “지금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농촌형 미술관 정립을 위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할 것이다”며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화원미술관 : 화원면 청용길 27 / 구 농기구 수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