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잇다…해남 옥공예 유일한 2세대

일도일각 아버지 따라 4년 옥공예 길 김혁신씨

2022-01-17     조아름 기자

 

황산면 옥동리 화신공예에는 해남 옥공예의 미래를 짊어질 김혁신씨가 아버지를 따라 옥공예가의 길을 걷고 있다. 

 

 아버지를 따라 끌을 잡은 김혁신(40)씨는 해남 옥공예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 옥공예가다.
황산면 옥동리에 위치한 화신공예. 아버지 김육남 명인은 52년 간 옥공예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사라져가는 옥공예의 명맥을 잇겠다며 4년 전 아들이 불쑥 집으로 돌아왔다.
호텔 요리학과 출신인 그는 호주에서 유학을 했고 요식업에 종사했다. 그런데 영주권과 관련해 호주의 법이 바뀌자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됐다. 그때 공예 관련 호주 박물관을 여럿 둘러보게 됐는데 평생 한길만 걸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아버지 대를 잇는 옥공예 작가가 되겠다는 삶의 방향이 이때 정해진 것이다. 그리고 무작정 고향으로 돌아와 끌을 잡았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 어깨너머로 봤던 옥공예지만 막상 이 세계는 쉽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엄격하게 기본부터 가르쳤다. 뙤약볕에 돌을 나르고, 옥을 사포질 했다. 
옥공예를 배운지 4년, 그는 주로 지압봉, 마사지기를 만든다. 또 옥을 재단해 건목 작업을 주로 도맡아 한다. 건목은 옥제품을 만들 때 다듬지 않고 거칠게 모양을 내는 기초작업이다. 아들이 두꺼비, 거북이를 건목하면 아버지는 세밀하게 조각을 새기는 작업을 한다. 그는 아버지를 따라 작은 크기의 두꺼비, 거북이부터 직접 조각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옥공예 대를 잇고자 노력하는 아들의 모습에 가장 힘을 받는 사람은 아버지 김육남씨다. 지난해에는 50년 만에 아버지의 첫 개인전을 아들이 직접 마련했다. 아버지의 옥공예품 전시를 통해 해남옥을 알리고 또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김혁신씨는 4년 간 옥공예를 배우면서 해남 옥공예에 대한 정리된 자료가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특히 인터넷에서 해남 옥이 잘못 평가되는 게 안타까워 직접 해남 옥공예를 정리한 책을 쓰고 있다. 책은 가제 ‘해남옥공예가가 적은 해남옥이야기’다. 김씨는 직접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채록하고, 옥공예가들의 역사도 기록하고 있다. 
김혁신씨는 해남옥을 이용한 새로운 상품도 개발했다. 기존에 값싸게 팔았던 옥가루를 이용해 피부에 좋은 옥비누를 만든 것이다. 옥가루에 비타민, 팜오일, 코코넛오일 등을 결합해 아토피에도 좋은 비누를 만드니 소비자 반응도 좋다.
또 교육청, 학교 등에서 옥공예 체험도 진행한다. 가장 인기 좋은 수업은 옥도장을 직접 조각하는 수업 등이다.
김혁신씨는 옥공예의 길에 들어서니 당연히 자신이 가야 할 길처럼 느껴졌다. 묵묵히 정도를 걸으며 아버지 대를 잇는 그는 앞으로 해남 옥공예를 책임질 미래다. 
김혁신씨는 “아버지는 50년 넘게 옥공예를 하셨고 저는 겨우 4년 했다. 아버지만큼은 못 하겠지만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며 “긴 세월에 걸쳐 공예 실력이 쌓이면 옥과 나무, 옷칠, 금은 등을 콜라보하는 작업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화신공예 : 황산면 명량로 953 / 532-3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