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재발견 - ⑫ 남천리 산골
2010-09-17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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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씨 이곳에서 그림작품 영감 얻어
남천리 산골. 마을의 가장 윗집인 이곳은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창수씨에게 이곳은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이요, 생명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대밭과 온갖 과일나무에 둘러싸인 집. 한 때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던 집이건만 주인이 세상을 떠난 후로는 새소리와 매미울음만 빈집을 채운다. 집 뒤로 이어지는 야산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다.
봄이면 매실, 비파, 앵두, 벗, 오디가 익어가고, 여름이면 복숭아가, 가을이면 밤, 배, 감, 대추, 모과 등이 익어간다. 봄이면 개나리 진달래를 비롯한 온갖 야생화들까지 꽃동산을 이루는데, 김 씨에게 이곳은 무릉도원과도 같은 곳이다.
이곳은 김씨의 처가이다. 김씨는 자기의 고향도 아니지만, 이곳에 오면 고향과 같은 아늑한 느낌을 얻는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다녀가지만 올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한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모두 장인어른의 손때가 묻고 추억이 있어 가능하면 고인의 생전처럼 집안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단다.
그러나 죽은 자는 세상을 뜨는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되겠지만 산 자는 매 시간 변화하는 것이 삶이다. 김씨는 2주 동안 못 오던 새에 잡초가 꽤 우거졌단다. 장인과는 5년을 같이 살았지만 사위로서 자식 못지 않은 사랑을 받았단다.
김씨를 따라 집 뒤의 과원을 둘러보았다. 지나간 태풍에 아직 여물지 못한 밤송이가 여러 송이 떨어졌다. 앞서가던 김씨는 또 장인이 생각났는지 발길을 멈춘다. 김씨는 이곳에 오면 생명을 느낀단다. 주위는 온통 초록색이다. 과원 옆 대나무 숲으로는 맑고 시원한 계곡물이 흐른다.
그림을 그리는 김씨는 이곳을 배경으로는 아직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이곳에 와서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고, 과원을 가꾸기도 하면서 소일을 한다. 빈집에는 그가 있었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