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해남이야기① 서림공원 단군전과 해남인들의 애국정신

2022-04-25     마루

글·그림:마루
 

 해남의 서림공원에는 단군전이 있습니다. 우리의 시조인 단군의 영정을 모신 전각입니다. 해남에 단군전이 세워지게 된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 전각에는 해남 사람들의 남다른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습니다. 
화산면 금풍리가 고향이었던 이종철 군은 1914년에 서울 휘문고등학교 학생이었습니다. 이종철 군은 황해도 구월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삼성사에 들렀습니다. 삼성사는 우리나라의 여러 단군전을 대표하는 곳이어서 참배하러 갔던 것입니다. 삼성사 앞에는 조선총독부 팻말이 세워져 있고, 외부인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단군영정에 먼지가 쌓이고, 제사 때 사용하는 그릇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그대로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학생들은 나뒹구는 제기와 촛대, 버려진 단군영정을 숨겨서 산을 내려왔습니다. 일제의 눈을 피해 성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곳이 어딜까? 학생들은 이종철군의 고향인 해남으로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친구들의 뜻에 따라 이종철군은 영정과 촛대 등을 자신의 고향인 화산면 금풍리로 가져왔습니다. 그때부터 이종철 군의 집에서는 특별한 어천절(단군의 탄생일)과 개천절 의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일본인의 눈을 피해 뒷산에 지은 움막에서 단군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낸 것입니다. 
해방 후에는 해남의 유지들이 나섰습니다. 단군전 건립기성회를 조직하고, 성금을 모아서 서림공원에 단군전을 세운 것은 1959년의 일입니다. 
(자료:해남우리신문사 발행 ‘해남의 옛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