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찬란한 봄날에 70 넘은 여자는…
7년 만에 개인전을 마쳤다. 목포 성옥미술관에서 2주일, 해남 화원미술관에서 3주일, 유화작품 20점을 펼쳐 보인 전시 일정이 모두 끝났다.
코로나 상황에서의 전시이다 보니 그다지 많은 분이 찾아와 주지는 못했지만 내 나름대로 나를 위한 전시가 아니었나 그렇게 정리하게 된 결과다.
살아있던 동안 늘 아내의 작품활동을 성원하고 내 작품의 1호 팬이 돼주었던 남편이 저세상으로 간 뒤 곁이 허전하고 보여줄 사람이 없는 막막함에 붓을 들지 못했던 긴 시간을 끝내고 처음 맞이한 전시회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동안의 작품활동 기간 중 총 20여 회의 개인전을 통해서 깨달았던 건 전시회를 한다는 건 나를 위한 행사라는 게 그 첫 번째 깨달음이었었다.
네모반듯한 전시장 하얀 벽면에 그동안의 노고를 걸어놓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그림과 나와의 조우는 늘 깊은 울림과 감동을 내게 주는 시간이었다.
작품 한 점 한 점과 다시 만나며 그동안의 과정을 되 삭여보는 위로의 시간이었다.
스스로 뿌듯하고 스스로 대견함을 느낄 수 있는 작가만의 충만된 행복한 시간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작품의 미흡한 부분과 그 속에서의 다음 작업의 새로운 발상을 찾기도 한다.
그것까지도 포함해서 전시장에서의 스스로 첫 관객이 되는 그 시간은 언제나 나를 격려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특히나 이번 화원미술관에서의 개인 전시는 내게는 너무 귀한 시간이었다.
농협의 유휴공간이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만들어지게 되기까지의 긴 과정을 거쳐 내 그림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이 돼 준 인연이 감동을 주는 드라마가 아닐 수 없기에 그저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 느껴진다.
요즘 내 나이의 여자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침에 눈을 뜨며 오늘 하루해야 할 일들과 만나야 할 사람들을 머릿속에 정리해 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하루에 해야 할 일도, 만나야 할 사람도 점점 띄엄띄엄해지며 급한 일들도 없어져 간다.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한 일들로 바뀌어 간다.
삶에 의무가 줄어들면서 간절함도 사라져가는 건가 보다.
설렁한 유머가 말해주듯 칠십이 넘은 여자는 배운 여자든 안 배운 여자든 TV 앞에 입 헤벌리고 앉아 드라마에 몰두하는 게 일상이 돼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 모습을 그 칠십이 넘은 여자들의 통상적인 모습에 대비해 본다. 아니라고 말할 수 없고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감정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우리의 일상이 돼버린 코로나19가 그 상황에 더 일조하고 있다고 핑계를 대본다.
다시 뭔가 가슴 설레고 다시 뭔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고 싶다.
70이 넘어 생명력 잃어버린 늙는 여자로 남은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을 찾아야겠다는 나에 대한 속삭임으로 나 스스로 부추겨본다.
그래서 그 해답을 찾아서 다시 붓을 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다시 캠퍼스를 마련한다. 내게는 벅찬 커다란 홋수의 캠퍼스 속에서 씨름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그 길이 내가 나에게 자존감을 찾아주는 유일한 일인 것처럼 자신을 스스로 다짐해야겠다.
예술이라는 행위가 처음부터 커다란 목적과 이슈로 시작하기도 하겠지만 일상의 잔잔함을 조용한 언어로 되 삭이면서 주변의 사람들과의 소통을 시작하는 일로 삼는다고 해도 뭐 그리 안 될 일도 아니지 않나 하는 목표를 설정한 뒤 새로운 시작을 해야겠다.
이 찬란한 봄날에 칠십이 넘은 여자는 그렇게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