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후유증 지방선거가 더 심하다
지난 3월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 난지 두 달이 넘었지만 선거 후유증은 지금도 우리사회의 곳곳에 남아 있다. 어쩌면 5년 내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선거가 끝난 뒤 한 정신건강과 전문의는 “외래진료 중 대선 이후 화가 나서 잠을 못자겠다고 하거나 상대후보와 지지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환자가 눈에 띄게 많았다”고 말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빗대어 선거 후 스트레스장애(PESD)라는 비공식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PESD’를 줄이려면 SNS검색이나 뉴스시청을 줄이고 산책이나 독서 그리고 친구와의 대화 등 다른 일을 즐기라고 권유하고 있으며 정도가 심하면 정신과 병원을 찾아가 상담하라고 한다.
대통령선거의 후유증이 완전히 가시지도 않았는데 오는 6월1일은 제8회 동시지방선거일이다. 선거일이 며칠 남지 않아 전국 어디든지 선거열기가 대단하다. 열기가 대단하다는 것은 그만큼 주민들이 지방자치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어서 일면으로는 반갑지만 문제는 극심한 선거후유증이다. 선거후유증은 도시선거보다 농어촌선거가 더 심하다. 도시는 인구가 많고 주민 간에 친밀도가 약하기 때문에, 누가 누구를 지지한 줄도 모르고, 상대후보를 지지했다고 하더라도 자주 만나지도 않고, 또한 이해관계가 적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금방 잊혀진다.
그러나 농어촌은 인구도 적고, 서로 간에 친밀도도 높기 때문에, 한번 편이 갈리고 틀어지면 동창도 사돈도 다 소용없다. 마음속에 응어리는 다음 선거에 또 나뉘어져 치열하게 싸운다.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한 사람이 당선되면, 자신이 당선된 것처럼 의기양양하고 동네나 지역사회에서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생각하고 실제로 영향력도 행사했다.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농어촌에 인구도 많았고(각 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면의 인구는 지금의 약 4~5배정도),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아서인지, 기초자치단체가 시, 읍, 면이었으며 군과 구는 자치단체가 아니었다. 그래서 군수는 선거하지 않고 도지사가 임명했고 군의원은 없었으며, 대신 읍면 의원과 읍면장을 주민들이 직접 투표해 선출했다.
필자가 출생한 옥천면에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있다.
이 지역의 토박이 성씨인 A씨 집안과 B씨 집안이 옥천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사건건 대립해 왔는데, B씨 집안사람이 깜깜한 밤중에 A씨 집안의 유력자 집에 침입해 도끼로 찍어 살해한 전설 같은 사실이 있다.
필자도 어려서 할머니한테 들어서 알고 있으며 살해했다는 사람도 소문으로 들어서 알았다.
이런 사건이 있은 몇 년 후 토박이 성씨가 아닌 필자의 아버지가 기초자치단체장인 옥천면 면장에 투표로 당선됐다. 건국 초기 지방자치 선거 10년 사이에 3전3승을 하신 분이지만, 선거후유증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기에 “선거에 출마해서 패하면 패가망신하고, 승리한다 해도 적이 많이 생겨 절대 할 것이 못 된다”고 유훈(遺訓)처럼 말씀하셨다.
우리나라가 1948년 새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고, 민주주의를 실현코자 주권자인 국민들이 선거권을 행사한지가 벌써 70년이 넘었고, 1961년 군사 구테타로 지방자치제가 30년간 정지됐다가, 1991년 부활 된지도 벌써 30년이 흘렀다.
그 동안 선거권을 여러 번 행사해보아서 국민들의 수준도 대단히 높아졌다고 본다.
흔히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의 현실이 그 수준이 되었을까? 주위를 한번 돌아보고 성찰할 때이다. 선거후유증을 미리 한번쯤 예측해보고 성찰해서, 선거기간 중에 발생할 감정적인 행동을 좀 자제해서, 선거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선거가 끝난 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