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깊은 해남이야기④ | 화산면 열고개
열고개재는 화산면 용덕리에서 마명리로 넘어가는 고개다. 열 사람은 모여야 안심하고 넘을 수 있는 고개라고 해서 이름이 열고개재다.
화산 사람들은 이 고개를 아주 무서워했다. 도깨비 하나만으로도 오금이 저릴텐데 고개에는 귀신이 나타나는 공동묘지도 있었다. 그뿐인가!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는 주민들 목숨을 앗아가는 호랑이도 출몰했다.
길이 시원하게 뚫려서 차가 씽씽 달리고, 전기가 들어와서 밤에도 대낮같이 밝은 오늘의 환경을 생각하면 안 된다. 열고개재가 지나는 길은 지금과 달리 소나무가 빽빽했다. 낮에도 하늘이 가릴만큼 어둡고 음산했다.
먼저 도깨비 이야기. 화산사람들 가운데는 도깨비에 홀려서 온 산을 헤맨 사람, 저녁내내 도깨비와 씨름한 사람, 도깨비에게서 모래세례를 받은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화산 율동리가 고향인 윤병관 씨의 증언이다.
다음은 호랑이 이야기. 열고개재에 호랑이가 살던 시절, 사람들은 마루에 긴 대나무를 준비해 놓고 땅바닥을 쳐서 딱! 딱! 소리를 내어 호랑이를 쫓았다. 열고개재에서 실제로 호식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해온다.
1960년대 개발의 물결은 열고개재에도 밀려왔다. 도깨비와 호랑이, 도깨비들이 모여사는 아파트쯤 됐을 공동묘지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변화는 고천암 간척공사에서 비롯됐다.
큰 길이 새로 뚫리고, 열고개재를 지나지 않고도 해남읍에 오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시무시 했던 열고개재 이야기도 먼 옛날의 전설로 남았다.(자료: 해남우리신문사 발행, 해남의 옛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