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깊은 해남이야기 8 | 우슬재는 웃마루재라는 의미

2022-07-18     글,그림=김마루(향우,웹툰작가)

 

 우슬치(牛膝峙)는 해남의 관문역할을 하는 고개(재)다. 이 고개의 옛날 이름은 우사현(于沙峴)이다. 오늘은 고개 이름 속에 숨어있는 우리말 ‘웃마루재’를 찾아보고자 한다.
사람들은 소가 무릎을 꿇을 만큼 험한 고개라서 우슬치라고 불렀다고 말한다. 소 우(牛)와 무릎 슬(膝)자를 그대로 풀이한  것이다.
그러면 우사현(于沙峴)은 어디서 왔을까? 앞에 우(于)는 어조사이고 가운데는 모래 사(沙). 수많은 한자 가운데서 뜻이 없는 어조사를 쓴 것이 이상하다. 여기서 우(于)는 우리 말 발음 ‘우’를 표시한 것 일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우슬치(재)도 첫 발음이 ‘우(牛)’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우리 말 ‘우(위)’를 나타내기 위해서 우(于)와 우(牛)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아하! 그럼, 모래 사(沙)와 무릎 슬(膝)에도 우리 말이 숨어있다. 그 말이죠? 무릎을 치는 우리신문 독자님도 있으실 듯.
이번에는 다음 두 한자의 훈을 눈여겨 보시기 바란다. 사(沙)와 슬(膝)의 훈은 ‘모래’와 ‘무릎’이다. 두 한자는 아무런 관계도 없지만 훈은 닮아 보인다.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산 정상이나 높은 곳을 가리키는 우리 말 ‘마루’를 나타내기 위해서 비슷한 훈(訓)을 가진 사(沙)와 슬(膝)을 가져다 쓴 것이다. 
긴가민가 하는 독자는 우리 말 ‘개똥’이를 한자로는 계동(界東)이라고 쓰고, ‘독(돌의 사투리)섬’은 독도(獨島)라고 쓴 이치를 곰곰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말은 있으나 문자가 없었기에 음이나 훈이 비슷한 한자를 가져다가 썼던 시절의 답답하고 슬픈 이야기다.
정리하면, 해남의 우슬치(牛膝峙)나 우사현(于沙峴)은 우리 말로는  웃마루재. 즉, 우(위)쪽 높은 마루에 있는 고개다.
명현관 군수님! 늦게나마 당선을 축하드리며. 우슬치(재) 정상에 ‘웃마루재’라는 한글이름 표지석을 세워주시면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