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깊은 해남이야기 10 | 해남사람이 쓴 일기가 조선왕조실록에 들어간 사연

2022-08-22     글,그림 김마루(향우, 웹툰작가)

 

 조선왕조실록은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기록문화의 꽃이다. 실록은 승정원일기와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다.
개인이 쓴 일기가 실록에 들어가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해남사람 미암 유희춘이 쓴 <미암일기>가 선조실록에 들어있다. 실록에 인용된 일기는  800일분이 넘는다.
어떻게 된 것일까? 그 까닭을 설명하자면 승정원일기가 불타버린 임진왜란이라는 악몽을 소환해야 한다. 승정원일기를 비롯한 기록들이 잿더미가 되자 사관들은 10년 넘게 일기를 쓰고 있었던 미암을 주목했다. 
미암일기로 알려진 그의 일기는 미암 개인의 일상은 물론 왕(선조)이나 관리들과 나눈 대화까지 담고 있어서 사초로서 손색이 없었다.
선조실록의 기초자료로 인용될 만큼 정확하고 세밀한 일기를 남긴 미암 유희춘은 <표해록>을 지은 금남 최부의 외손자다. 
그가 태어난 곳은 해남읍 해리. 일찌기 과거에 급제했으나 무고를 받아 함경도 등의 유배지에서 17년을 보냈다. 그는 유배지에서도 학문을 연마해 유배에서 풀려난 뒤에는 대사헌, 대사성, 선조의 경연관 등으로 활약했다. 
미암일기에는 경연에서 선조와 주고받은 대화가 담겨있어서 선조실록에 많이 인용됐다.
해남에는 미암의 흔적이 남아있다. 유희춘이 자신의 호를 따 온 금강산 자락의 미암바위(일명 눈썹바위, 형제바위)가 시내 어디에서나 바라다 보인다. 
유희춘이 태어난 집터에 자리잡은 미암아파트에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고산 윤선도의 손자이자 공재 윤두서의 아버지인 지암 윤이후가 남긴 <지암일기>도 해남의 자랑이다. 
윤이후가 화산면 죽도에 머무르면서 8년 동안 기록한 이 일기는 조선후기의 사회상, 특히 해남사회를 세밀화 수준으로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이다.(자료:송재용, 미암일기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