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쁨…84세 부부 나란히 대학 졸업

정두채·김은숙 부부 방통대 문화교양학과

2022-09-13     조아름 기자
옥천면 은향다원 정두채·김은숙 부부는 84세 나이에 나란히 방통대를 졸업했다. 

 

 “내년에 80살이 되는데 뭐할까. 팔순잔치 미루고 우리 공부합시다.”
4년 전 여든을 앞둔 부부는 팔순잔치를 미루고 대학에 입학했다. 이 나이에 학위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학문, 배움을 향한 지적 호기심 때문이었다. 
옥천면 마고마을 은향다원 정두채(84)‧김은숙(84) 부부는 지난 8월 4년 만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를 졸업했다. 평점 80점 이상, 시니어우수학습자 평생학습상도 받았다.
김은숙씨는 “지금 돌아보면 2018년에 대학을 안 다녔다면 뭘 했을까 싶다. 굉장히 다행이다. 공부, 배우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부부는 첫 학기 등록금을 제외하고 모두 장학금을 받고 다녔다. 매일 두 대의 컴퓨터 앞에 앉아 강의를 들었는데 한 학기 6과목, 대학 특성상 온라인 수업이 많다. 
컴퓨터를 배우고, 레포트 제출도 메일로 했다. 세계사, 세계종교, 미디어 역사, 철학, 신화, 영어 등 매일 공부를 했다. 부부는 졸업논문도 썼다. 
논문을 쓰는 과정은 지난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도 됐다. 이 과정에서 책도 참 많이 읽었다. 
김은숙씨는 ‘차와 함께 한 반세기’라는 제목으로, 정두채씨는 ‘독서가 평생 교육시대의 노년 생활에 미치는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다. 
정두채씨는 “결혼해 60년을 살았어도 함께 대학을 다니며 새로운 발견을 했다. 지난 4년 집사람이 열심이었는데 새벽에 일어나 보면 혼자 공부하고 있을 때가 많아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부부의 대학 졸업은 자녀들과 손주들에게도 미친 영향이 컸다.
부부를 따라 이미 대학을 졸업해 회사를 다니는 손녀도 다른 분야로 방통대를 입학할 예정이다. 그러다보니 손주들과 관심사도, 대화 주제도 넓어졌다. 
해남에서는 방통대에 30여명이 재학하고 있는데, 연령대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부부는 최고령 지역 수강생이었는데, 학교생활에 특히 열성적이었다.
부부는 해남터미널 근처에 위치한 해남학습관을 다니며 지역민, 동기들을 알게 됐고 함께 공부도 했다. 부부는 학습국장, 동아리 부장, 해남지역 학생 대표도 맡았다.
지난 3일 신편입생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정두채씨는 후배들에게 깊은 조언을 했다. 
“4년 동안 대학생활을 해야 하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한 번 도전해볼까 하면 어려운 문제도 잘 보인다. 즐겁게 공부하는 법을 찾고 독서하는 법, 문해력을 늘리는 장문을 쓸 것” 등을 주문했다.  
60년 만에 다시 대학을 졸업한 부부, 자의로 입학했기 때문에 공부는 자유롭고 편안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부부는 요즘 새벽 5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팔순잔치 대신 88세 미수잔치를 하기로 한 부부, 그때까지 더 건강히, 재미난 배움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