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수산박물관과 공모사업의 폐단
각 지자체가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평가표 자체가 이미 특정 지자체를 겨냥하고 있는데도 공모를 통해 유치장소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지자체의 행정력 낭비만을 불러온다.
전남도는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도 공모로 진행했다. 당초 전남도는 국립해양수산박물관을 용역을 통해 결정한다고 밝혔고 실제 용역도 추진했다. 그런데 용역 결과를 뒤엎고 공모로 전환해 버렸다. 용역결과에선 해남군이 밀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공모로 전환되면서 평가지표 자체에서부터 해남군의 탈락은 예고됐었다. 수산 관련 시설이 많은 곳이 높은 배점을 받게 한 평가지표였다.
그동안 해남군은 여러 공공 기관 유치를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2020년 남도의병역사공원에 이어 아열대작물 실증센터, 2021년 농업기후변화대응센터, 올해는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공공기관 건립 장소를 공모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민주성을 담보하겠다는 의미가 있는 듯 하지만 엄밀히 보면 행정의 과대한 방어적 자세에서 비롯된다.
이미 어느 지역이 적합한지 아니면 광역지자체장의 의중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뻔한 답을 놓고 각 지자체 간에 경쟁을 붙이는 식이다. 공모사업의 폐단을 지적하는 것은 평가지표에 따라 장소가 상당히 좌우되기 때문이며 따라서 구체화된 평가지표를 내놓을 정도라면 용역을 통한 결정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용역을 통한 결정도 투명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각 지자체를 상대로 한 공모도 투명성 논란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다 기관유치 공모사업은 각 지지체 간 과도한 경쟁과 갈등, 행정력 낭비를 피할 수 없다.
특히 평가지표가 공개돼 탈락이 예상되는 각 지자체에선 도중에 이를 포기할 수도 없다. 일말의 희망을 잡기 위해 마지막까지 유치경쟁에 뛰어들고 또 “타 지자체는 열심히 하는데…” 하는 군민들의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기에 행정력을 집중한다.
이번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경쟁에서 보듯 무조건 공모사업으로 결정하는 공공기관 건립장소, 한번쯤 고민해볼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