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간의 불평등…환경적 차이에서 기인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총, 균, 쇠》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재레드 다이아몬드 Jared Diamond 박사의 역저로 1998년 플리처 상을 받은 명저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 의과대학 생리학 교수이며 인류학과 역사학에 조예가 깊으며 나아가 인간의 언어와 문자에도 전문학자 못지않은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특히 그는 인류의 문자를 비교 검토하면서 한글의 우수성을 설파한 논문을 1994년 미국의 과학 전문지《디스커버Discover》에 싣기도 해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작가다.
문명 간의 불평등은 왜 일어났는가?
오늘날 세계에는 문명의 차원에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유라시아에서 발원된 여러 민족, 특히 유럽과 동아시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아메리카로 이주한 사람들이 세계의 부와 힘을 독점하고 있는 반면 오스트레일리아, 남북아메리카, 아프리카 남단의 원주민들은 백인 이주민들에게 예속돼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총, 균, 쇠》에서는 오늘날 세계에 존재하는 문명의 불평등 원인을 생태지리학, 생태학, 유전학, 병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많은 의문을 명쾌하게 규명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민족들은 총기, 병원균, 쇠를 비롯한 여러 요소들을 발전시켜 남보다 먼저 정치적, 경제적 힘을 얻은 반면에 어떤 민족들은 끝까지 그러한 힘의 요소들을 발전시키지 못했던 차이가 컸기 때문이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그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 원인이 민족 간의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환경적 차이에서 빚어졌다고 규정한다.
그러므로 선사시대부터 환경적으로 유리한 지역에서 살게 된 우연이 오늘날 문명의 우열을 가리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만일 남북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남단의 원주민과 유라시아의 민족들이 선사시대부터 거주지역이 바뀌었더라면 오늘날의 사정은 정반대가 됐을 것으로 단정한다. 이는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분석하는 데 있어 대단히 흥미롭고 의미 있는 관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문명의 불평등 기원론으로서, 획기적인 명저로 길이 남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동기는 젊은 시절 뉴기니를 방문했던 시절 한 원주민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렇게 물었다 한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그 간단한 질문이지만 그것은 문명 불평등의 핵심이었다.
그렇게 커다란 불평등이 생긴 원인들을 지난 1만3000년간의 인류의 진화, 역사, 언어 등의 다른 여러 측면에 관해 연구하고 집필해 25년이 지난 지금 저자는 그 원주민의 질문에 대답해보고자 한다.
현대 세계의 불평등에 대한 질문을 최종적으로 구성해 볼 때, 인류의 발전은 어째서 각 대륙에서 다른 속도로 진행됐을까? 그러한 속도의 차이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이뤄졌던 하나의 경향이며 또한 이 책의 주제이다.
나 역시 세계사의 굽이굽이 수많은 아이러니한 측면들에 대해 궁금함과 분노를 가진 적이 있었다.
왜 아메리카 인디안 원주민들은 그렇게 불행한 종족으로 멸망했는지? 왜 스페인의 작은 선단만으로 잉카 문명은 멸망했는지? 아프리카 흑인들은 왜 노예의 삶으로 전락 되었는지? 왜 우리는 일제 식민지를 겪게 되었는지?
그러한 나의 원초적 질문에 대한 답을 《총, 균, 쇠》에서는 1만3000년에 걸쳐 인류 역사의 모든 제국, 지역, 문자, 농작물 그리고 총의 기원뿐만 아니라 각 대륙의 인류 사회가 각기 다른 발전의 길을 걷게 된 원인을 논증해 줬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분의 궁금증과 인류사적 무지를 해소하게 됐다.
그러면서도 아직 마음에 남아야 하는 질문은?
그러면 인류 역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 생존해야 하는 인간 개개인이 갖고 있는 삶의 환경적 차이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며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지 하느냐의 문제는 나의 숙고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