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우수영들소리’…이렇게 환생했다

2022-11-08     변남주/국민대 교수
변남주/국민대 교수

 

 2013년 재현에 들어간 우수영들소리가 재현 10년만에 제63회 한국민속예술제에서 최고의 품격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대회가 1년만 더 연기됐더라면 연로하신 어르신들의 출연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2013년 5월, 목포대 이경엽, 경인교대 김혜정 교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권오성 교수가 1968년 채록한 우수영 농요 음원자료가 발견됐다며 복원을 제안했다. 전년에 우수영 용잽이놀이를 복원한 후라 여유도 있었다. 바로 OK라 답하고 그날 밤 늦게 음원을 받았다.  
음원의 소리꾼은 故박덕신으로 박자도 가락도 프로급이었다. 특히 농요에 상여소리까지 갖춘 종합선물세트였다. 다음날 급히 우수영 박귀만 노인회장을 비롯한 어르신들과 의논을 하고 음원자료와 관련된 현장조사부터 시작했다. 최이순(당시 88세) 어르신 등으로부터 옛 실태를 들었고 권오성 선생도 서울에서 내려와 녹음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재현을 위한 소리 선생으로 이병채 교사를 섭외했다. 
복원 연습은 그해 6월 10여 명으로 출발했고 매주 수요일 모였다.
 8월에 이르러 30여 어르신들로 불어나자 이런저런 잡음이 일었다. 단합을 위해 개량 한복을 사드리고, 전라북도 부안 변산 계곡으로 풍류놀이를 갔다.
 비용은 나와 이경엽 교수에게 배당된 복원사업비 전액을 투입했다. 이후 연습은 계속됐다. 그러나 이도 잠시. 우수영들소리 복원을 발표해야 하는 명량대첩축제는 뽀짝 다가오는데 어르신들의 어설픈 연행 동작에 서로 맞니 틀리니 분쟁은 잦아지고 설상가상 약속된 무대마저 취소됐다는 해남군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 번도 무대에 서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전남도축제에 올리느냐”였다. 앞이 캄캄했다. 연습 현장에서 몰래 빠져나와 당시 명현관 도의원께 SOS를 쳤다. 다음 날 천행으로 무대가 허락됐다. 
그러나 안도감도 잠시, 발표일 전날 또 문제가 생겼다.
 어르신들 간 의견다툼으로 몇 분이 이탈한 것이다. 
아버지의 유품인 못줄을 찾아 들고 밭으로 가 하소연했더니 어르신 왈 “이렇게까지 하는데 안 하면 안되제” 하셨다. 명량대첩축제에서 들소리 시연이 끝나자 어르신들은 ‘우리가 해냈다’며 무대에서 서로를 껴안았다. 축제 평가단으로부터도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 
2016년, 360년 전 전라우수영 수군들이 바다에서 훈련하다 천여 명이 돌아가신 넋을 기리는 행사를 기획하고, 우수영들소리를 연행하도록 했다. 또 사)전라우수영문화예술진흥회를 창립해 더 큰 미래를 준비했다. 
2018년 44회 전라남도민속예술축제에서 일반부 대상을 수상하자 이경엽 교수 및 김혜경 교수와 함께 작업한 ‘해남우수영들소리’ 연구서적도 민속원에서 발간됐다. 이로 학술적인 바탕은 튼튼히 마련됐다. 
코로나로 전국대회가 2년간 지연되면서 노약으로 활동을 중단하시거나 돌아가신 분이 늘어났다. 
그런데 이번 63회 한국민속예술제 현장에서 만난 타 팀들은 젊고 위세가 대단했다.
“음∼메♪ 딸랑딸랑” 효과음에 이어 “깨갱 깽깽♬” 김정삼의 상쇠가락이 울리고 “지군들! 일하러 가세” 우리 어르신들의 공연이 시작됐다. 주어진 25분에서 7초를 남기고 완벽하게 공연이 종료됐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심사결과 발표 전, 심사위원장이신 전경수 선생님의 심사평은 간단명료했다. “만장일치로 대상을 결정했습니다.” 그 순간 대상임을 직감했다. ‘대통령상이 확실하다.’ 이 기쁨을 이경엽 교수에게 바로 전달했다. 또 주최측이 “대통령상, 전라남도 대표 전라우수영들소리” 라 밝히는 순간 모두 단상을 향해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