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깊은 해남이야기 16 | 윤관 전 대법원장 영전에 드리는 만화
판사가 된 아들에게 어머니가 남겼다는 당부가 눈길을 끈다. “나라가 판사를 굶주리게 놔두기야 하겠느냐? 명예를 소중히 여겨라. 네가 판사로서 귀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만족할 뿐 부자가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2001년 월간조선 인터뷰)”
김영삼 정부에서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역임했던 윤관 님의 어머니 이야기다.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아들은 청렴한 법관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편에 선 사법개혁”을 다짐하면서 대법원장에 취임한 그는 전임 대법원장들과 달랐다.
영장실질심사제, 기소전 보석제도, 간이상설법원 설치 등을 제안하고 관철시켰다.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이뤄진 사법개혁이었다.
그는 12‧12 군사반란과 5‧17내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두환, 노태우씨의 재판도 맡았는데, 권력의 눈치를 보지않고 각각 무기징역과 17년 징역을 원심대로 확정해 사법정의를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법관이 사명을 다하지 못하면 국민이 믿고 의지할 마지막 언덕마저 잃게 되는 것”이라는 님의 퇴임사는, 하소연 할 곳 없는 국민의 권익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법관의 길에 나선 모든 이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금과옥조로 남았다.
윤관 대법원장께서 지난 14일 별세하셨다.
님은「신형법론」이라는 저서 외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책을 남긴 것 같지 않다.
유튜브 강연도 찾을 수 없다. 자격이 안 되면서도 큰 목소리로 천마디 말을 하고 두툼한 자서전을 남기기도 하는데 윤관 대법원장은 조용히 살다 먼길을 떠나셨다.
님은 마지막으로 눈을 감으시면서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를 반복해서 불렀다는 소식이다. 홀로 6남매를 반듯하게 길러주신 어머니가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