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면 산정 문화사 - 학교 앞 문방구…보기만 해도 정겹네
송지초등학교 앞 문화사 한글 배우는 할머니들 이용
송지면 산정 거리는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면지역 중 하나로, 새로 생긴 상가, 간판들이 많다. 그 사이 사이에 여전히 명맥을 이어오며 80~90년대 정겨운 옛 간판이 남아있다.
이 거리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문화사’. 추억 속으로 옅어져 가는 학교 앞 문방구다. 송지초등학교 앞에 자리 잡은 지도 벌써 50년이 됐다.
이정희(78)씨는 이 거리의 변화를 두 눈으로 지켜봐 온 산 증인이다.
처음 문화사를 시작했을 때는 이 길거리가 모두 비포장 흙길이었다. 수천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던 시절, 하교 시간만 되면 문화사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딱지와 구슬, 달고나와 쥐포, 새로 나온 완구를 뒤적이거나 오락기 한 대에 빙 둘러앉아 친구의 게임실력을 감상하는 것은 큰 재미였다.
이정희씨는 문화사 옆에서 핫도그 등 분식 장사도 했다. 거리에 5개의 문방구가 있었지만 그 긴 세월 버텨온 곳은 이곳뿐이다.
이정희씨는 “완구 과자만 팔아서는 안 됐다. 분식으로 수입을 보충하면서 3남매 학비에 보탰다”고 회상했다.
문방구는 기성세대에게 유년시절과 이어주는 특별한 추억의 공간이다.
이제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어린아이, 학생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컴퓨터, 스마트폰 게임이 재밌고 장난감도 유행을 따라 빠르게도 변한다.
문화사에 일렬로 놓인 공책들을 찾는 이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달라졌다. 각 마을에서 한글교실에 다니는 할머니들이 주로 찾는다. 자식들도 엄마가 공부하신다고 간간이 노트 한 묶음씩을 사간단다.
또 주로 나가는 건 김, 전복, 파래 양식장에서 작업장부로 쓰는 두꺼운 장부다.
이정희씨는 “옛날엔 신학기면 물건 주문하기 바빴다. 전과며 공책, 가방, 필통, 게임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했지만, 이제는 어른들의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50여년 이 문화사를 운영해온 이씨는 여전히 소일거리 삼아 자신의 일을 놓고 싶지 않다. 이 터를 지키며 자녀들을 뒷바라지하고 키워냈던 것처럼, 주체적인 삶을 위해 할 수 있을 때까지 일을 계속해서 하고 싶다.
정겨운 거리에는 그 거리를 지키며, 묵묵히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