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훌륭하려면 국민이 훌륭해야 한다
가장은 가정을 책임지고 국가는 국민을 책임진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9일 159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를 생각하면, 국가의 국민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 2014년 4월16일 304명의 어린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때도 국가는 학생들이 수학여행가다 일어난 해난사고라고 우겼다.
세월호와 이태원의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생각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국가의 존재는 보이지 않고 여야 정치인의 언어유희만 난무한다. 그날 서서히 가라앉는 세월호 객실에 갇혀 죽음과 맞서 몸부림쳤을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눈물이 난다.
이태원 참사 역시 할로윈데이가 우리 문화와 설령 거리가 멀다 할지라도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들 것으로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음에도 국가는 그 시간에 무슨 일을 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는 지난 2021년 7월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경제규모 역시 제10위권의 부자나라로 2022년도 카드사용금액만 1097조7,000억이라고 여신금융 조합 협회에서 발표했다. 그럼에도 수수방관해 목숨을 지켜 내지 못한 국가 책임에 대해 여야 정치권의 네 탓 공방에 가슴이 답답해 나는 지난 100일 동안 국민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독학했다.
교재로 택한 헌법 조문을 읽고 또 읽어 찾아낸 아래와 같은 것들이 국민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헌법 전문의 끝자락에 ‘…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 그리고 헌법 제7조 1항: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헌법 제34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
또 대통령은 취임식날 취임사에서 국민과 이런저런 약속을 한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취임사 맨 끝 부분에 ‘저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진정한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또 다른 교재로는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돌베개)’를 3독 4독 했다. 필자는 훌륭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4가지로 간추려 정의하고 있다.
하나, 외부 침략과 내부 범죄 위협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
둘, 국민의 물질적 생활을 풍요롭게 만든다.
셋, 만인에게 자유를 보장한다.
넷, 실업과 빈곤, 질병, 고령, 재해와 같은 사회적 위험에서 시민을 적극 보호한다.
이상 네 가지가 국가는 서로 다르지만 상호 배척하지 않는 국가를 훌륭한 국가라고 했다. 특히 필자가 서문에서 강조하는 ‘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가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당부하는 말을 우리 모두가 가슴에 새길 때 우리나라도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