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깊은 해남이야기 23 |

미암일기에서 만나는 조선의 명의 허준

2023-03-27     글,그림 김마루(향우,웹툰작가)

 

 <미암일기>에는 뜻밖의 인물이 나온다. <동의보감>을 펴낸 조선의 명의 허준이 6년에 걸쳐 30차례나 등장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미암과 허준이 처음 만나는 날의 일기는 없다. 그러나 미암과 허준이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은 일기에서 확인된다.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 있다. 
▲허준이 와서 인사를 했다.(1568.2.20.) ▲허준이 다녀갔다.(1570.8.12.) ▲허준이 노자 등 책 세 권을 보내왔다.(1568.2.22.) ▲집에 돌아오니 허준이 뵈이러 와 있었다. 팥 1말을 허준의 어머니에게 보냈다.(1571.11.27.) 
일기에는 미암이 허준을 불러다가 가족들의 병을 치료하게 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는 허준이 그 당시 한양에서 상당히 알려진 의사였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대사성ㆍ이조참판을 지낸 미암 유희춘이 이름없는 의사를 불러 가족들의 치료를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허준이 미암의 부탁으로 가족과 지인들을 치료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기를 보자. 
▲내가 얼굴에 종기가 생겨 허준의 말을 듣고 지렁이 즙을 발랐다.(1569.6.29.) ▲허준이 와서 인사를 하기에 송순의 병을 보게했다.(1569.7.2.) ▲허준이 나의 부름을 받고 와서 한두경과 김진을 봐주고 갔다.(1570.6.6.) ▲허준이 와서 나사침의 아들 위령탕을 의논하고 갔다. (1570.6.30.).
허준과 관련해 미암일기에 보이는 가장 중요한 기록은 다음의 내용이다. ▲허준을 위하여 이조판서에게 편지를 보냈다. 내의원(內醫院)에 천거한 것이다.(1569.윤6.3.)
허준과 미암 유희춘의 만남은 조선 의술의  역사를 크게 바꾸어놓았다. 
허준은 이미  내의원에 들어갈 만한 의술을 갖추고 있었겠지만 남달리 가까웠던 미암과 허준의 관계가 허준을 내의원으로 추천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