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홍수 이상기후, 해남도 대비해야 한다

2023-05-01     송창영/광주대 건축학부 교수
송창영/광주대 건축학부 교수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 이와테현의 항구도시 가마이시는 강진과 함께 10m가 넘는 쓰나미가 도시를 덮쳐 1,000명 이상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러한 재난 속에서도 약 3,000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이는 2004년부터 학생들에게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방재교육을 강화했기 때문이었다.
지진이 발생한 당시, 가마이시히가시 중학교의 학생들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지진으로 건물이 크게 흔들리자 교직원과 학생들은 평소 훈련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1차 대피지로 이동하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초등학생 한명씩 손을 잡고 고지대의 양로원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에 2차 대피지로 이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학생들은 양로원의 노인들과 함께 산으로 대피했고, 이들이 대피한 지 약 3분 후, 양로원은 쓰나미에 휩쓸렸다. 학생들의 침착하고 질서정연한 대피 덕분에 학생들은 쓰나미 피해 없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다. 이는 평소 재난대비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이보다 앞선 2004년 12월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거대한 쓰나미가 섬을 덮치면서 약 3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때에도 재난대응 교육이 빛을 발했다.
10살의 어린 영국인 소녀 틸리 스미스는 해안가에서 수영을 하던 중 파도가 거세지고, 죽은 물고기들이 떠밀려오는 것을 보며 쓰나미가 올 것이라 확신했다. 학교에서 배웠던 쓰나미의 전조증상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즉시 엄마에게 알렸고, 엄마는 호텔 종업원에게 알렸다. 이후, 호텔에서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해안가에 있던 관광객들을 높은 곳으로 대피시켰고, 이 호텔 주변에서는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소녀는 “쓰나미 체험 프로젝트를 마쳤다”는 말을 했는데, 소녀의 행동은 교육을 통한 지식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몸으로 체득한 교육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케 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재난 유형에 따라 체험 위주의 ‘맞춤형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 및 도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풍수해, 폭염 등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자연재해로 나타나고 있다. 
재난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이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재난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을뿐더러 ‘나 자신’이 사고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단 39개의 대형 재난안전체험관이 설립돼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179개의 체험장에서 유치원생부터 성인들까지 의무적으로 재난교육을 받는다. 
해남군도「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제66조의 4에 따라 군민의 재난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높이고자 다양한 맞춤형 재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법령에 따라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안전체험 탐방단 등 체험학습을 통한 재난안전 교육이 의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노령층이나 재난취약계층 등 법으로 지정되지 않은 대상자에 대해서는 교육 신청자에 한해 재난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해남군의 인구분포를 살펴보면 약 63%가 5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성인에 대한 재난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예상치 못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들은 충분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
몸으로 체득한 교육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구명줄이 돼줄 수 있다. 단순히 법에 의해 실시하는 의무교육이 아니라, 재난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