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다가오면 더욱 그리운 고향

2010-09-17     해남우리신문
해남 300여 세대 모임 통해 그리움 공유

고향땅 한 번 밟아보는 게 소원인 이들. 실향민들은 추석과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두고 온 고향과 가족들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
해남에는 현재 300여세대의 실향민들이 살고 있다. 한국 전쟁을 전후해 500여 세대였던 것이 지금은 사망과 이사 등으로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고향을 가슴에 묻고 사는 이들은 삼산면 창리에 망향의 동산을 조성, 죽어서라도 한 많은 생을 나누고 싶어 한다.
실향민들은 살아생전 고향땅을 밟지 못한 원혼들을 달래기 위해 매년 4월 망향의 동산에서 제를 올리며 만남을 잇고 있다. 망향의 동산에는 150기의 무덤이 조성돼 있다.
올해도 이북5도민회 청년회는 추석을 앞두고 망향의 동산 진입로와 주변을 벌초했다.  
실향민들의 한결같은 소원은 고향땅을 밟아보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소식이 전해올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을 하지만 30여년이 넘도록 상봉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정부의 통일정책에 따라 이들의 소원도 희비가 엇갈린다.
지난 14일 이북5도민 해남군연합회 이형수(80)회장을 만났다.
황해도 옹진이 고향인 이 회장은 20세에 고향을 등지고 남동생과 함께 남으로 왔다.
여동생 한명이 장티푸스를 앓아 부모님과 다른 여동생 3명은 북에 남았다. 이산가족 상봉이 있을 때마다 그도 가족을 만나길 희망했다.
그러나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세월. 나이 때문이라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해 중국에서 5촌 조카를 만났다. 북에 남은 사촌 동생이 중풍으로 거동을 못해 대신 아들을 보낸 것이다. 5촌 조카를 통해 그는 여동생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60여년의 기다림이 무너져 내린 순간이었다.
같이 남으로 데려오지 못했다는 죄스러움을 평생 안고 살았던 그였기에 동생들 말만 나오면 지금도 목이 멘다.
이 회장은 굶주린 북한 주민들이 무슨 죄냐며 피를 나눈 형제들이기 때문에 대북 쌀 지원은 원만하게 성사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남북 관계가 경색됐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떠나올 때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고향. 실향민들의 소원은 살아서 고향 땅 밞아보는 것이다. 추석명절이 되면 이들의 가슴은 더없이 아프기만 하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