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경북 창녕군·청송군 교통정책 / 창녕군 읍내 순환버스 운행…1년 2만3,000명 이용
초중고생·고령층 교통수단, 읍내 교통란 해소 경북 청송, 버스비 무료로 내수시장 활성화
2017년부터 순환버스 운행
인구소멸 지역에 속하는 경상남도 창녕군과 경상북도 청송군에서는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대중교통의 대대적인 개편으로 이동권 보장을 확대하고 있다.
창녕군은 2017년 인구 6만3,000명에서 매년 1,000여명 정도가 유출돼 현재 인구 5만7,928명으로 인구 6만 선이 무너졌다. 경남 군단위 가운데 인구 3위를 달리고 있지만 빠른 인구 유출로 지방소멸을 걱정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창녕군도 타 지자체처럼 읍쏠림이 강한데 창녕읍과 남지읍엔 창녕군 인구 절반인 3만명 가량이 몰려있다. 이처럼 면단위는 갈수록 한산해지고 읍 소재지는 조금씩 팽창하면서 목적지 간 거리가 점차 넓혀졌다. 또 1가구 2차량의 증가로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난이 가중됐다. 이에 창녕군은 2017년부터 읍내 순환버스를 도입해 교통혼잡을 막고 주민 편의를 돕고 있다. ‘브라보버스’로 불리는 창녕읍 순환버스는 읍내 주요 지점만 골라 순환하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순환버스 도입 초기, 월 이용객은 745명으로 1일 평균 24명이 이용할 정도로 저조한 이용률을 보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나면서 월 평균 2,500명이 넘어섰고 현재에는 연간 2만3,000명 가량이 꾸준히 순환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학생들 등하교 이동수단
특히 이용객 중 절반 이상은 학생 승객으로 창녕여중‧고등학교와 명덕초등학교 재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순환버스 도입 이전에는 부모님의 자가용이나 택시 등을 이용했다. 또 기존 시내버스 승강장과 학교와의 거리가 멀어 장기간 걸어서 학교까지 이동해야하는 불편이 따랐다. 이러한 불편이 해소되면서 이제는 등하교 시간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소중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탑승요금은 일반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으로 교통카드 할인과 교통카드 기능이 내장된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도 이용이 가능하다. 가격이 저렴해 장을 보러가거나 학원, 마트, 병원 등으로 이동하기 위해 순환버스를 기다리는 이용객도 많다. 순환버스 이용률이 높아지자 창녕군은 당초 1일 14회 운행하던 것을 21회로 횟수를 7회 늘렸다.
운행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 막차가 출발한다. 주요 노선은 군청, 학교, 노인복지회관, 병원, 장애인종합복지관, 농협, 아파트 단지 7곳 등 총 21곳으로 25~30분이 소요된다.
단 차량 안전점검과 정비를 위해 학생 승객이 적은 주말에는 운행하지 않는데, 창녕장이 서는 3일과 8일에는 주말에도 운영하고 있다. 군에서는 순환버스 운영을 위해 매년 1억원의 예산을 버스회사에 지원하고 있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학생 A씨는 “학교 학원을 왔다 갔다만 해도 교통비가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걸어가려면 왕복 1시간이 걸린다. 30분마다 순환버스가 다니기에 지금은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녕읍의 순환버스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창녕군의 또 다른 읍소재지인 남지읍에서도 순환버스 운영을 검토해줄 것을 요구하는 민원도 있었다. 하지만 남지읍은 창녕읍과 달리 소재지 규모가 작고 주요지점 간 거리가 멀지 않아 남지읍 순환버스 운행은 아직 조심스러운 단계다.
창녕군 건설교통과 김동민 주무관은 “창녕읍이 커지고 고령화되면서 이동이 힘든 노약자와 학생들을 위해 순환버스를 도입했는데, 군민들의 만족도가 높고 실제로 이용률도 매년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으로 순환버스 이용객의 불편사항을 파악해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청송 대중교통 무료
경북 청송에 5일장이 서는 날이면 버스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승차하는 승객들은 지갑을 빼는 일도 주머니를 뒤지는 일도 없다. 버스에 요금통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경북 청송은 전국 최초로 전승객 버스비 무료 정책을 시작했다. 군민들은 물론 관광객도 무료로 버스 이용이 가능하다. 청송군은 인구 2만4,206명으로 고령인구 비율이 40%를 넘어선 소멸 위기 지역이다. 여타 농군이 그러하듯 청송군도 지속된 인구유출로 대중교통의 소멸위기를 맞고 있다. 대중교통 시장성이 축소되면서 시외버스 노선이 사라지고 시내 구간도 돈이 되지 않는 노선부터 감축되기 시작했다.
교통망의 붕괴는 유동인구의 감소, 즉 내수 경기에 악화를 가져왔고 이는 지역소멸을 더욱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청송군도 고심에 빠졌고 결국 유동인구를 늘리기 위해 무료버스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청송군에는 8개 읍‧면을 순회하는 18대의 농어촌버스가 운영됐다. 요금은 일반 1,300원, 중·고생 1,000원, 초등학생 700원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청송군의회에서 ‘농어촌버스 무료이용 지원 조례’가 통과되면서 올 1월부터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화가 시작됐고 투입 예산은 한해 3억5,000만원이다.
버스비 무료, 내수시장 활성화
청송군 교통행정팀 이명희 팀장은 “기존에 운영 중이던 버스회사의 2년 평균수입을 3억5,000만원 내외로 보고 수입 전체를 지원함으로써 무료버스가 시작됐다”며 “큰 예산이 투입됐지만 지역경기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수요증가 폭을 계산하면 결코 많은 예산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료버스 5개월이 지난 지금 버스 이용객은 25%가량 늘었다. 버스 이용객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상권의 활성화가 이뤄졌고 무엇보다 도로가의 차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버스무료화가 단지 군민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했다는 측면보다는 대중교통의 이용률을 높이는 사회적 운동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동 차량의 감소는 탄소 중립에도 일정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어 청송군은 연 400만명의 관광객이 유입되고 있지만, 숙박 등 체류하는 관광객이 없다보니 경기 활성화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무료버스를 활용한 투어버스 등을 계획하는 등 관광 분야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청송군 부남면 주민 지선국 씨는 “처음에는 공짜라서 한 번 이용해보자고 했는데, 갈수록 이용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요금을 내지 않고 타는 것이 어색했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며 “버스기사들도 더 이상 요금에 신경쓰지 않고 운전만 하면 되니까 서비스도 좋아지고 표정도 밝아졌다”고 말했다.
2020년 코로나가 덮치면서 폐업한 버스터미널은 전국 21곳으로 이중 전남권은 모두 7곳이다. 전국 각지는 있던 시외 노선도 하나둘 운행을 멈췄고 그렇게 줄어든 노선이 3년 만에 2,700개에 달한다. 자가용 보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카셰어링 서비스 등 새로운 이동수단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이야기다.
농촌사회의 대중교통은 이미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이에 각 지자체들은 유동인구와 노선 등 지역별 특성에 맞춰 예산을 투입하는 복지서비스 차원의 대중교통 체재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김유성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