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지는 지구, 폭염은 소리없는 살인마
매년 높아지는 지구 온도로 전 세계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2022년은 역대 5번째로 뜨거운 해였으며, 이로 인한 각종 기상이변이 속출했다. 파키스탄과 인도 북부지방은 섭씨 40℃가 넘는 폭염으로 고생했고, 유럽에서 발생한 폭염은 역대 두 번째 높은 온도로 사망자만 약 3만5,000명을 넘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의 위험성은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가운데 1년은 일시적으로 산업화시대 이전인 1850~1900년 평균보다 1.5℃ 높아지는 해가 발생할 확률이 50%에 육박하며, 2030년대 중후반이면 산업화 대비 평균 온도가 1.5℃가 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일 때를 폭염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33℃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때는 폭염주의보, 35℃ 이상으로 2일 이상 지속될 때는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폭염으로 인한 최악의 한해를 손꼽아 보라고 하면 2018년이 기억에 남는다.
7월 한 달에만 16일의 폭염이 발생했고 이는 과거 5년간 7월 평균 폭염일수가 4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수치이다. 2018년 8월에도 19일의 폭염이 발생해, 최근 10년간 발생한 폭염 중 가장 많은 폭염 일수를 보여준 해였다.
폭염은 자연재난 중 치명률이 가장 높은 재난이다. 풍수해나 지진 등 다른 자연재난은 직접적으로 보이는 피해로 인해 경각심을 가지는 데 반해 폭염은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보고 있다.
하지만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다른 자연 재난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2016년 약 350명, 2018명 약 790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폭염은 소리 없는 살인마라고 할 수 있다.
국외 선진국들은 자국의 상황에 맞춰 폭염을 대처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재난관리국(FEMA)을 중심으로 폭염을 관리하고 있으며, 도시별 국지적 특성, 주거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폭염 대응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영국 또한 매년 기상청, 보건보호청, 국민건강보험과의 협력을 통해 폭염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관련 정보 폭염에 취약한 재난 취약계층에게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폭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한 시점은 1994년이다. 1994년 7월은 연평균 기온이 30℃를 넘겼으며 우리나라에서만 약 3,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폭염 위기 대응체계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는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폭염 상황관리 및 대응 체계가 구축돼 있으며 지자체와 함께 전국 실내 무더위쉼터(50,960개소, 2021년 3월 기준) 및 다양한 대책은 지금도 꾸준히 마련되고 있다.
자연재난은 과거부터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혔으며, 폭염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실록을 통해 우리나라가 폭염을 대처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데, 한 예로 조선 제4대 왕 세종은 폭염에 지친 신하 및 국민, 하물며 죄수들을 대상으로도 얼음을 하사했으며, 그 외에도 왕이 주관하는 기우제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기우제에 관한 기록은 1,600건 이상이었다.
이처럼 폭염은 과거로부터 중요하게 관리돼 온 재난으로,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는 더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자연재난에 비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까지 이슈화된 직접적인 인명피해 및 간접적인 재산피해와 더불어 향후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까지 고려해보면 이미 폭염은 가장 위험한 재난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폭염을 대비하기 위한 우리의 모습은 수박 겉핥기식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폭염에 대비한 보여주는 조치뿐만 아닌 실질적인 대책과 관련 정보를 국민들에게 더 쉽게 제공하는 등 폭염에 대한 보다 신중하고 철저하게 대응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