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깊은 해남이야기 30 | 희망원 찾아온 임숙재 선생

2023-07-17     글.그림 =김마루(향우, 웹툰작가)

 

 희망원의 설립자인 김정길씨의 사모는 임숙재 여사다. 그녀는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부산대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의 어느 중학교에서 가정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그녀가 김정길의 기사를 만난 것은 운명이었다.
1961년 7월3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해남 희망가’에는 1953년부터 불우한 이웃을 도우면서 살아가는 김정길이라는 청년과 희망원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었다.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살기를 꿈꾸던 임숙재 선생은 곧장 김정길씨에게 편지를 보냈다. 몇 차례 편지가 오간 뒤에는 해남을 한 번 가서 돕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다. 
김정길 씨는 “며칠 버티지 못 할 것”이라고 했지만 선생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방학을 틈타 해남을 방문했다. 직업은 속일 수 없는 것일까? 희망원에 들어서는 임숙재 선생의 눈에 아이들이 들어왔다. 
한참 공부할 나이에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의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자신이 그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했다. 내친 김에 다른 나이 많은 사람들도 설득했다. “먹을 것도 없는데 이 나이에 공부는 해서 뭐하냐” 어른들은 고개를 저었지만 설득끝에 한글교실을 열 수 있었다. 
그해 여름의 희망원은 또 하나의 희망이 꽃피는 아담한 꽃밭이었다. 방학이 끝나가던 즈음에 임숙재 선생은 목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는 “이곳이야말로 너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교사의 자리를 포기하고 희망원에 남았다. 
걸인들을 위해 리어카를 끄는 그녀를 보고 사람들은 미친 여자라고 비웃었지만 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정길 원장의 다부진 어깨와 불타는 눈동자를 믿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도지사의 주선으로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김정길과 임숙재의 일기를 모은 책 「준령을 넘고넘어」에서 임숙재 선생이 해남의 희망원을 처음 방문하던 날의 기록을 찾았다.“이런 환대는 처음이다. 마치 친형제를 맞는 것 같다. 
‘동포여, 동포여’ 이런 소리가 어디서 들린것 같았다”(● 31회 해남 이야기 : 희망원 이사장 부부의 수기-준령을 넘고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