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깊은 해남이야기 32 | ‘청춘을 맨발로’ 영화필름 구해야 한다
해남 희망원의 초기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
「준령을 넘고넘어」는 희망원을 개척한 김정길 임숙재 부부의 일기를 모은 책이다.「우리는 어느 하늘아래 살아야 하나」는 임숙재 선생이 쓴 수기다. 단행본의 제목과 같은 부제를 가진 이 수기는, 희망원에서 2013년에 펴낸「해남 희망원 60년사」에 실려있다. 뜻있는 작가가 있어 피와 눈물로 쓴 부부의 일기와 수기를 본다면 심훈의「상록수」를 뛰어넘는 작품이 탄생할 것을 믿는다.
임숙재 선생의 수기를 담아낸 영화도 있다. 1973년 4월 21일부터 6일 동안 해남 현지에서 촬영한 ‘청춘을 맨발로’에는 신성일, 김창숙, 독고성, 이대엽, 백일섭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희망원의 초석을 다지는 인고의 세월을 그리는 한편, 1970년대의 희망원과 해남의 모습까지 담고있는 영화. 해남 사람이 아니라도 그 영화를 보고싶은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희망원에는 영화필름이 없다. ‘청춘을 맨발로’ 포스터, 해남시내와 희망원에서 촬영하는 모습이 담긴 몇 장의 사진, 오래된 영사기만 남아있다.
필름은 다행히 한국 영상 자료원(02-3153-2024)에 소장돼 있었다. 큰 기대를 안고 전화를 넣었으나, 필름의 보존상태가 나빠서 영화는 감상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의 시나리오와 스틸 이미지 5매는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문제는 영화필름이다. 디지털작업을 서두르지 않으면 필름은 아주 손상되고 말 것이다.
사실 ‘청춘을 맨발로’는 한국인이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작품이다. 한국 사회복지사업의 역사를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더 늦기 전에(필름이 더 손상되기 전에) 해남 사람들이 영화필름에 관심을 기울이기를 호소한다. 완전 복원이 어렵다면 일부만이라도 디지털(또는 필름 보전처리)작업을 해서 건져내야 한다. 해남 사람들이 그 일을 서둘러야 한다.
한편, 영화를 리메이크하거나 연극무대에 올리는 방법도 있다. 50년 전에 ‘청춘을 맨발로’라는 영화를 탄생시킨 부부가 해남에 살았고, 그 무대가 해남이었다는 사실을 우리의 후손들에게 알려야 한다.
(●33회 해남 이야기 예고-해남읍교회 이준묵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