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속 잦은 재난 그리고 재난대피시설
현대사회는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급격한 도시화, 인간의 부주의 등으로 다양한 재난의 발생 빈도와 그 심각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자연재난은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재난대피시설은 이러한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첫 번째 보호막으로, 주민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주민들이 재난대피시설로 신속하고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면 생존 확률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재난대피시설로 이동하기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생존 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재난대피시설은 재난대응과 피해 저감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고령자나 어린이, 장애인 그리고 취약 계층의 보호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라남도에서 지정·운영하고 있는 재난 또는 이재민 대피시설은 민방위 주민대피시설,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지진 옥외 대피장소, 지진겸용 임시주거시설 등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돼 운영되고 있다. 재난 유형별로 민방위 대피시설은 주거시설 중심,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은 경로당과 마을회관 및 교육시설, 지진 대피시설 및 임시주거시설은 교육기관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기존의 학교, 관공서, 공공기관 등 특정 시설을 대상으로 재난·재해 대피시설을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재난대피시설은 상시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상황에서만 이용되기 때문에 구호장비나 물품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평상시에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신속한 대피·피난을 위해서는 접근성을 고려한 대피시설의 지정이 필요하지만, 전남지역 대부분의 대피시설은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지정되고 있다.
미국은 '대규모 이재민 대피소 운영 가이드'를 통해 대피 필요성이 예상되는 지역 인구의 10~20%를 대상으로 대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계획에는 장애인이나 고령자와 같은 안전취약계층은 물론, 반려동물까지도 포함돼 있어 대피 시의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 적십자사는 이러한 대피 작업의 중심 역할을 하며, 대피소 또한 구호 물품 창고에 필요한 물자를 미리 비축해 두고 있다.
재난이 발생할 경우, 적십자사는 대피소 안내와 물품의 신속한 이동을 책임져, 물자와 교통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더 나아가 이재민의 통합 관리 역시 체계적으로 진행돼 필요한 의료와 심리적 지원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런 체계적인 대응 능력은 미국이 재난 상황에서도 비교적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뒷받침이 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재난대피시설이 재난·재해 발생 시 인명 보호라는 충분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첫째,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상황에 대비해 비상물품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특히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지역 차원에서 발생가능성이 높은 재난에 대비하고, 물품은 어떠한 재난유형에도 활용이 가능한 보편적인 필수품 위주로 확보돼야 한다. 둘째, 주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대피시설 지정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전라남도 지역은 고령화로 인해 개인이 재난대피시설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길며, 자력으로 이동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활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나 지원인력 등 평소에 대피 방법을 충분히 안내해 재난 대피시설의 고령자 접근 가능성 문제를 개선함으로써 고령자들이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대피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난에 있어 유비무환(有備無患)은 항상 중요한 자세이다. 재난대피시설의 가장 기본인 적절한 재난대비 물품의 충분한 확보는 지역사회의 재난대비능력을 향상시키고, 재난 상황에서 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더불어 자연재난, 공중보건 위기 및 사회적 위협에 더 취약한 고령자와 같은 재난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와 정부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