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띠의 자세 - 「흰띠가 간다」를 읽고 -

2023-11-20     장유담/해남동초 4학년
                                                           장유담/해남동초 4학년

 

 태권도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흰 띠가 간다」표지를 보고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나는 검은 띠 유단자인데 흰 띠라니! 귀여울 뿐이었다. 나도 태평이처럼 새하얀 흰 띠를 매고 도장에 다녔던 적이 있었다. 여섯 살 때였다. 여섯 살이 보는 검은 띠를 맨 형, 누나들은 화려한 아파트 같았다. 키도 크고 멋져 보였으니까. 
 나도 언젠가 고급스러운, 허리에 두르기만 해도 빛이 나는 저 영롱한 검은 띠를 따고 말 테야!! 매일 같이 땀을 흘리며 수련을 받고 주말에는 늦잠과 핸드폰 자유 시간을 반납하며 국기원 훈련에 최선을 다한 결과, 드디어 꿈에 그리던 검은 띠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검은 띠에 취해 나는 집을 나서기 전이나 마트에 갈 때 등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가기 전에는 위풍당당하게 검은 띠를 맸다. 마트에서 태권도장에 같이 다니는 동생들을 만날 때면 키 크기 위해 등을 펴고 다니라던 엄마의 말씀을 떠올려 더더욱 등을 곧게 폈다. 동생들의 부러운 시선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스스로 대단하다며 자신감이 넘쳤고 태권도 수련을 더 열심히 했다. 
 검은 띠 멋에 취해있던 나는 1품, 2품 등 품이 올라갈수록 깨달았다. 
화려한 아파트처럼 보이던 형, 누나들은 더 넘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을. 내 허리에 두른 것은 단순한 색깔로 보이는 띠가 아니라는 것을. 
 검은 띠는 열정과 후배들에게 보여야 하는 모범 등 마음가짐의 띠라는 것을. 

 우리 누나가 중학교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을 슬쩍 본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가짐의 모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 내 마음속에는 검은 띠를 동그랗게 말아 놓은 요술 항아리 모양이 있을 것이다.
 그 검은 요술 항아리 안에 다리 찢기가 잘 안 된 누나, 품새가 서투른 동생, 기합 소리가 작은 형들을 넣어서 다리가 잘 찢어지게, 품새를 멋지게, 기합 소리를 백 배 더 크게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그래야만 진정한 검은 띠 유단자라고 할 수 있다. 
 또 태평이의 솔직한 용기를 요술 항아리에 넣어 백만 배 더 크게 만들어서 가지고 다니고 싶다.

 나도 태평이 처럼 순간 부끄러움에 거짓말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거짓말을 한 잘못도 있지만 그 부끄러움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끝까지 모른 척을 했었다. 그때마다 엉덩이에 얼마나 불이났던지 끔찍해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지금은 매일매일 성장하고 있어 그런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혹시라도 부끄러움을 만나 거짓말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 백만 배 커진 용기를 꺼내 솔직한 내가 되고 싶다. 
 “태평아, 우리는 색깔에 집착하는 어린이가 되지 말자. 너의 솔직한 용기에 ‘엄지척’을 보여주고 싶어. 나도 앞으로는 거짓말하지 않는 당당한 마음을 튼튼하게 가꾸는 사람이 될게. 합기도 검은 띠를 따게 된다면 연락해. 너에게 가르쳐 줄 것도, 배울 것도 아주 많아. 나도 열심히 수련하고 있을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