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바다…전복 50% 이상 폐사

자연재해도 적용안돼, 기후위기 전복산업 위협

2023-12-15     김유성 기자
뜨거운 기운이 해남바다를 덮치면서 전례 없는 전복 폐사가 이어지고 있다.(송지면 송호리 앞바다 전복양식장)

 

 이상기온으로 올해 뜨거운 기운이 해남바다를 덮치면서 전례 없는 전복 폐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8~9월 해남해역의 바닷물 수온이 26~29도를 오르내렸다. 해상가두리 전복 양식장의 최적 수온은 18~23도가 적정한데 올여름과 가을 고수온이 지속되면서 전복 집단 폐사가 발생한 것이다. 
 송지면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A씨는 “고수온으로 올 9월 인근 완도군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해 걱정이 컸는데 실제 전복을 길어 올려보니 빈 껍데기만 올라왔고 심각한 곳은 폐사율이 70%가 넘는 곳도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에 가격이 폭락해 힘들었는데 가격이 조금 회복되자 이젠 팔 전복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화산면·황산면은 그나마 피해가 적었지만 북평면과 송지면은 평균 폐사율 20%에 비해 50%가 넘는 폐사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고수온으로 인한 자연재해 보험에 가입한 어가가 극소수며 자연재해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기준도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고수온 피해와 관련된 규정에는 바다 수온이 3일이상 28도 이상을 유지해야 피해 보상 조사가 이뤄진다. 하지만 바닷물 수온이 3일간 지속적으로 28도를 유지하지 않더라도 고수온으로 인한 전복양식 피해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A씨는 “바다 수온이 해류로 인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3일 연속 28도를 유지하는 것을 검증하기에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또 바다환경이 과거에 비해 크게 변했다”며 “이번 집단폐사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함께 대처방안도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가들은 11월 전복치패를 사들여 양식을 시작해야 하는데 폐사율이 너무 높아 치패를 살 여력도 없을만큼 경제적 타격을 입은 상태다. 더욱이 내년에도 똑같은 고수온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코로나19에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이상기온으로 인한 수온 상승까지 더해저 2세대 어부를 꿈꾸며 귀어한 젊은이들의 꿈도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연이은 악재는 전복 산업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