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고 졸업생, 순수한 자연의 백미로 성장하길

2023-12-29     박병두/인송문학촌 토문재 촌장
박병두/인송문학촌 토문재 촌장

 

 땅끝은 평화로우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해남군 송지면에 있다. 귀향은 늘 새롭고 낯선 시간과 마주한다. 김 양식과 전복, 해역어업권 분쟁이 법원으로부터 정리된 이후 저녁이면 불빛들이 더 가라앉은 채로 쓸쓸한 풍경이다. 
시월 토문재에서 있었던 송지고 학생들의 버스킹 음악회 인연으로, 김동현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수능시험이 끝난 졸업생들을 위한 인문학 특강을 요청받았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부합한 강의를 해야 하는 부담이 들었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내 삶의 중심부에 내재한 역지사지(易地思之),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밥 먹는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 그 성장통으로 특강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세상에는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야채 한 바구니를 놓고 앉았거나, 어물을 한 대야 정도 담아 파는 사람들과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파지를 줍는 노인들을 본다.
가진 것은 빈약하지만 자기의 힘으로 먹고살려 애쓰는 사람들이다. 한편으로 존경스러운 마음마저 들곤 한다. 그래서 나는 자주 그들에게서 야채도 사고 생선도 산다. ‘사내가 뭐 이런 걸 들고 다니냐’고 핀잔을 들을지언정…. 
‘인연과 친절’ 판서를 시작으로 강의를 시작하는 필자를 초롱한 눈빛으로 응시하는 학생들의 선한 눈이 자꾸 나의 가난을 불러온다. 일기를 쓰는 습관으로 사색과 성찰을 통한 자신의 발견은 꿈나무 학생들에게 어떤 희망과 울림이 되었을까? 송지고 학생들의 품성에서 선생님들의 남다른 교육 방향을 읽을 수 있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나는 그제야 안도현 시인의 시구를 떠올려보았다. 절망의 늪에 빠진 이들도, 넘어지고, 깨어지고, 부서지며, 힘겹게 일어서느라 한때는 독한열기를 내뿜었으리라!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시 <섬>은 짧지만 강한 울림을 독자에게 전한다. 이 시에서 ‘섬’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 아닐까 싶다. 이 시를 읊을 때마다 필자는 ‘섬’이라는 시어 대신에 ‘꽃’을 떠올리곤 한다. 사람들 사이에 꽃이 있을 때, 그리고 그 꽃이 활짝 피어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살 만해지지 않을까? 
미국의 버지니아주에 가난한 모자(母子)가 살고 있었다. 목사였던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세탁이나 청소 등과 같은 궂은일을 하며 아들의 학비를 조달했다. 아들은 어머니의 노고에 늘 감사하며 열심히 노력해 프린스턴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리고 졸업식장에서 그는 총장으로부터 금메달을 받고 연설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어머님의 은혜로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이 상은 제가 아니라 어머님께서 받으셔야 합니다.” 그러고 그는 총장에게 받은 금메달을 초라한 옷을 입은 어머니의 가슴에 달아드렸다. 그 모습을 보고 졸업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그 아들은 후에 변호사와 교수를 거쳐 미국의 제28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가 바로 민족 자결주의를 제창하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윌슨 대통령이다. 졸업(卒業)은 학생이 모든 교육 과정을 마치는 것을 말한다. 학생들의 눈빛은 자유분방한 유년의 뜰에서, 대학으로 가는 길과 취업으로 가는 길목의 선택으로 한층 분주해 보인다. 학생은 스승에게 감사를 표하고, 스승은 새로운 길로 나서는 학생에게 격려를 보내며, 후배는 졸업생 선배에게 박수를 보낸다. 
인구소멸의 시기, 지역사회에 송지고 같은 학교가 없다면, 땅끝을 울리는 젊은 매력이 밀릴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같이 고민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자랑스런 송지고 학생들이여! ‘Boys, be ambitious!’ 황량한 세상 속에 좌절하지 말고, 그대들의 순수한 자연의 백미로 당당하게 성장해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