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깊은 해남이야기 42 | 옥천면 만년리 영대씨가 쓴 쌈빡한 책

2024-01-17     글,그림=김마루(향우,웹툰작가)

 

 「주워담지 못 할 모래언덕의 바람처럼」이라는 서정적인 제목을 가진 책을 만났다.
옥천면 만년리가 고향인 60대 농부 윤영대씨가 자신의 기억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추억을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이 특별히 반가운 이유는 해남사람이 썼기 때문이다. 당연히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무대가 해남이다. 그는 날마다 우슬재를 넘어 해남고등학교에 다녔다. 어느 날은 우슬재를 지나던 트럭에서 과자를 가득 실은 상자가 도로 위에 떨어지는 횡재를 만나기도 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당시 해남고등학교에서는 고3 학생들에게 밤 10시까지 야간자습을 시켰는데, 그는 그 시간에 책을 읽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지식인들이 선정한 ‘대학생이 읽어야 할 100권의 책’ 가운데 50권을 읽을 수 있었다.
윤영대씨가 보았던 도깨비불이나 혼불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도깨비랑 씨름을 했다는 할아버지도 등장한다. 부치지 못 한 편지도 실려있다. 이 편지를 볼 때 독자들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첫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칠순이 되신 어머니 앞으로 쓴 편지도 있다. 이 편지에서도 독자들은 자신의 어머니를 만난다.
윤영대씨가 기르던 강아지의 이야기에서도 지금 순한 눈을 맞추면서 독자들의 품에 안겨있는 바로 그 강아지를 만날 수밖에 없다. 윤영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다 그렇다.「주워담지 못 할 모래언덕의 바람처럼」은 일면식도 없는 님의 이야기이지만 그를 통해서 나 자신을 비출 수 있는 손거울이다. 여기에 따뜻한 조우의 현장이 우리가 나고 자란 해남이라는 감동까지 보태는 책이다.
앞으로 이런 책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아가 해남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한 권씩 펴내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날을 기대한다. 글을 써 본지가 오랜 분이라면, 윤영대씨가 그랬던 것처럼, 해남군립도서관에서 개설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된다. 출판은 해남에 터 잡은 출판사가 도와 줄 것이다. 출판사 이름이 해남스럽다. 도서출판 오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