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별법’으로 헌법상 안전권 되새겨야
‘이태원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등을 위해 참사 발생 438일 만에 새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에 반대해 온 여당은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참사의 정쟁화’를 주장하며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최근 세월호 침몰사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중동호흡기증후군(MERS)사태, 코로나판데믹(COVID-19), 튀르키예 지진·일본 새해 첫날 7.6지진 등에서 볼 수 있듯 인류는 각종 재난과 사고의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세계는 ‘위험사회’로 접어들었다는 경고를 실감하게 된다.
서울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재난 관련 전문가들은 이 사고에서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수의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선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이 잘 작동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시스템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근거해 현장을 관리하는 시·군·구의 역할과 기능을 자세히 알리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전혀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헌법상 국민의 안전권 구현에 관한 연구「재난 및 안전관리 법제를 중심으로」라는 법학 박사학위 논문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밝힌 바 있다. 국민의 안전보장은 가장 기본적인 국가 본연의 임무다. 현행 헌법은 제34조 제6항에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기본권으로서의 ‘안전권’을 도출하기가 어려워, 헌법 개정을 통한 명문화를 통해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국민 안전에 관한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2018년, 정부가 주도한 국민개헌특별위원회의 헌법개정안에도 담겨있다.
그 개정안 제37조에 “①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라고 제시하고 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 발의 헌법개정안에는 기본권으로서 안전권을 명문 규정으로 신설했었다.
헌법상 안전권의 명문화는 위험사회 속에 살아가는 국민이 국가에 적극적이자 능동적으로 안전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데 권리가 됨을 의미한다. 국가는 국민에 대한 안전의무를 보다 더 강하게 인식해 관련 제도의 체계적 정비를 마련해야 한다. 안전권은 국민의 입장에서 국가의 책무를 다툴 수 있고 권리구제를 강하게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인간의 존엄, 행복, 자유와 같은 헌법적 최고 가치가 확장되고 강화될 것이다.
이태원 참사 후 필자는 국가등재지인 학술지에 2023년 2월 ‘이태원 참사 후 재난관리 법제의 재검토’라는 주제로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재난관리에 관한 법제의 개선방안으로서는 법령들 간에 체계화가 이뤄져 법 적용의 혼란이 없어야 한다. 조직법적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재난에 대응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을 통한 안전체계 구축과 법체계의 완비가 뒷받침돼야 하며, 민간 협력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무적으로는 일선 행정기관이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재난을 관리할 수 있는 기본 준칙이 세부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으로서 유가족들의 피와 눈물이 담긴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으로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온 국민의 염원이다. 정부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즉시 공포해야 한다.
하루속히 제대로 된 진상조사기구를 출범해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안전한 국가를 향한 정부의 역할이 제대로 펼쳐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