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출 1조원…다른 이름 달고 수출되는 해남김
‘검은 반도체’ 한국 김을 칭하는 말이다. 지난해 김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중 유일하게 ‘수출 1조200억원’ 돌파 신기록을 썼다. 서양인들은 ‘바다의 잡초’ 또는 ‘검은 종이’라 칭하며 먹지 않았는데 K-문화의 확산으로 건강을 상징하는 ‘슈퍼푸드’로 인식이 변하면서 글로벌 시장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현재 한국 김은 120여 국에 수출, 세계 시장 점유율 약 70%에 이르러 계속 성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에서는 냉동김밥 열풍도 일고 있다.
해남군은 전국 최대 물김 생산지이자 김 가공산업 메카라 자랑했다. 전국 물김 생산비율 약 25%, 마른김 가공공장은 102여 곳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남군의 수출실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지역별로는 홍성군이 약 1,200억원, 목포시가 약 1,000억원을 차지했다. 물김 생산비율로 본다면 해남군은 약 2,500억을 차지해야 하나 그렇지 못했다. 속된 말로 재주만 부린 곰이 된 듯하다.
물김이 전혀 생산되지 않은 홍성군의 광천김은 35개 업체가, 목포시는 대양산단에 15개 업체가 가동되고 있다. 특히 목포시는 전남도의 지원으로 2026년까지 1,200억을 투자해 김산업 진흥단지, 김수출 전진기지로 육성하던 중 천억을 수출했으니 이후 실적은 더욱 증대할 것이다.
김브랜드를 살펴보자. 2023년 브랜드 김 수출량은 신안천사김(신안군), 성경식품(대전 대덕), 만전식품(남양주), 동원F&B(동원그룹 서울), 광천김(홍성군) 등 5개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물김의 생산지를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는 신안천사김이 유일하다. 신안천사김은 2022년 단일 기업 최초로 ‘김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해 수출 공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수출의 호황은 물김전쟁으로 이어졌다.
특히 물김 생산지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1차 마른김을 확보하기 위해 해남의 가공공장을 인수하거나 해남에 직접 공장을 지었다. 그리고 원초인 물김을 확보하려 혈안이다. 그 덕에 양식어민들은 노래를 불렀다. 물김 생산량은 줄었으나 작년 물김 값은 120kg에 12~14만원이었으나 올해는 20만원 이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불똥 피해는 먼저 해남의 102곳 영세한 마른김 가공업체로 번졌다. 자금이 부족해 물김을 확보하지 못하자 공장시설 반도 돌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매출 수익도 물김값 상승에 비례하지 않아 줄어들게 됐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상승, 연작 등 피해로 생산량이 계속 감소되고 있다. 이에 해수부에서는 작년에 개발된 육상양식법을 전국에 보급하려 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김양식으로, 이 양식은 육지의 건물에서 이뤄진다. 머지않아 김양식도 첨단기술과 자본의 싸움이 될 것이다. 해남의 양식어민들도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또 해양수산부의 정책은 수출지향이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해남군은 이 궤도에서 분명히 벗어나 있다. 스마트 양식지원도 양식어가가 아닌 어느 정도 자본을 갖춘 업체에 지원하게 될 것이다. 더욱 양식어민들 대부분은 노령화로 스마트양식을 지원한다고 해도 쉽지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남군은 물김생산 중심으로 정책이 진행됐다. 이렇게 생산된 물김을 해남지역의 가공공장에서 마른김에 이어 조미김, 스낵김 등 다양한 김제품을 생산해 수출을 지향하는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에 해남김 브랜드화는 필수이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김산업특구를 지정받아 김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늦었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다 양식어민, 가공업체, 해남군이 똘똘 뭉쳐 원물(原物) 즉, 물김을 지키고 가꾸면 가능하다. 포기하지 말고 곰 재주가 아닌 실속을 챙기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