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깊은 해남이야기 49 | 법정 스님의 편지 모음집 「마음하는 아우야」

2024-04-15     글,그림=김마루(향우, 웹툰작가)

 

 「마음하는 아우야」는 법정스님(본명 박재철)이 사촌동생 박성직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책이다. 
50통의 편지에는 스님의 체온이 실려 있다.
“출가(出家)가 나로서는 어떤 연유에서 일지라도 집안에 대해서는 배반이다. 얼마간의 수도(修道)를 쌓은 뒤엔 다시 세상에 나아가 살 것이다. 그동안은 죄인이다. 죽일 놈이다(1956.3.21.)” 
스님이 출가한 뒤 사촌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다. 해남 우수영에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온 스님의 아픈 마음이 전해진다. 
사촌 동생은 편지에 댓글을 달았다. “당신은 가족을 배반하신 것이 아닙니다. 형님의 언어는 우리 시대 수많은 이들의 위로가 됐습니다” 이 글은 스님을 아끼는 모든 한국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성직아. 네가 내 대신 어머님의 아들 노릇을 해줄 줄 믿는다. 내 거처(있는 곳)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라. 서울이나 일본 같은 데 가버렸다고 해 두어라(1956.4.12.)”
​온전히 깨우치기까지는 가족에게 자신의 거처를 숨겨달라는 당부에서 스님의 굳은 결의가 느껴진다.
“문학이란 어쩌면 건전한 생활을 위해서 제일가는 방편인지도 모른다. 문학에서 새로운 자기를 발견할 수 있고, 또한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이따금「현대문학」을 받아보고 있다(1958. 6.4)”는 편지나 “책장 오른편 서랍 안에 졸작「가을」이라는 소설이 있다. 한번 너만 읽어보아라(1957.10.7.)” 같은 편지는 스님이 타고난 문학청년이었음을 보여준다. 스님이 쓴 소설은 어떤 내용일까? 소설의 무대는 스님의 고향 해남일까? 자못 궁금하다.
“사실 나는 옛집의 주소조차 다 잊어버렸다(1962.5.19.)” 고백하면서도 진학할 형편이 안 되는 사촌 동생 “순애(순효)의 고등학교 입학금만은 산山에서 마련하기로 했다(1963.9.29)”고 전하는 사촌 오빠 법정스님. 
“법당에 들어가서 많이 울었다. 내가 진 빚이 한량이 없구나. 불효(不孝)하기 그지없다(1970.11.27)”고 눈물짓는 맏손주 법정스님. 편지마다 인간 법정의 모습은 어리다. 
반가운 소식 하나.「마음하는 아우야」는 절판된지 오래인데「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라는 제목으로 다시 나왔다. 
컬러 사진으로 실려있는 스님의 친필 편지들도 여러분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