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박지원 vs 79세 곽봉근…“마지막 석양, 나를 불태우겠다”

2024-04-29     박영자 기자

‘81대79’ 대결

 전국 선거구 중 가장 고령 후보자 간의 대결이 해남완도진도 선거구에서 펼쳐졌다. 조선일보는 81세 박지원 vs 79세 곽봉근…“마지막 석양, 나를 불태우겠다”는 제목으로, 박 후보는 경북 경주 김일윤(85) 무소속 후보, 광주광역시 서구을 김천식(82) 기독당 후보에 이어 지역구 후보 중 셋째로 나이가 많다. 또 곽봉근(79) 국민의힘 후보는 그다음으로 나이가 많다며 양당 최고령 후보가 맞붙는 ‘81대79’ 대결이라고 썼다.

 

박지원, 16년 전 구호 소환

         2008년 제18대 목포출마 벽보, 현 박지원 캠프 현수막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후보는 노무현 정권들어 대북송금 문제로 옥고를 치르는 등 정치적 시련을 겪는다. 그가 다시 정치인으로 재개한 것은 2008년 제18대 총선이다. 이때 그는 무소속으로 목포에서 출마해 당선됐는데 이때 그가 내건 구호가 ‘큰 인물 큰 발전’이었다.
목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그는 제21대 총선 때 국민의당 후신인 민생당 후보로 출마하지만 민주당 김원이 후보에게 패했다. 
이것으로 정치인으로 생명이 끝난줄 알았는데 이번 제22대 총선에 고향인 해남완도진도에 출마했고 총선 구호가 2008년에 내건 ‘큰 인물 큰 발전’이었다. 
‘큰 인물, 큰 발전’이 16년 만에 다시 소환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유민주 수호

                                           1981년 제11대 곽봉근 선거벽보

 국민의힘 곽봉근 후보가 총선에 처음 등장한 때는 1981년 제11대 총선이다. 이때 그가 내세운 구호가 자유민주주의는 포기할 수 없다였다. 
그가 이번 선거 유세 기간 종일 외친 것도 “6·25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면 안 된다”였다. 
평생 자유민주주의를 신앙으로 삼고 있다며 유세 내내 해병대 복장으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쳤다.  

 

정시채 이후 39년만에

                                          1996년 제15대 총선 경기 부천소사구 선거벽보

 해남‧진도선거구가 합해진 것은 1973년 제9대 총선 때부터다. 이때는 중선거구제로 2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했다. 이때 해남출신 민주공화당 임충식과 진도출신 무소속 박귀수가 당선됐는데 박귀수의 득표율은 겨우 19.48%였다. 1위로 당선된 민주공화당 임충식 후보의 득표율은 55.14%, 해남유권자들 표가 임충식 후보에게 몰린 반면 진도 유권자의 표는 박귀수로 몰리면서 가능해진 당선이었다.  
박귀수는 제10대 총선에도 출마했지만 인구가 많은 해남의 벽을 넘지 못했다.
1985년 제12대 총선 땐 진도출신 민주정의당 정시채가 해남출신 신정사회당 김봉호와 함께 동반 당선됐다. 
그러나 1988년 제13대 총선부터 소선거구제가 도입되면서 해남‧진도선거구에서 1명만을 선출하게 되자 유권자수가 현저히 적은 진도출신 후보는 국회의원 당선권으로부터 멀어지게 됐고 이로인해 정시채는 13대, 15대 총선에도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또 제18대 총선부턴 해남‧진도 선거구에 완도가 더해지면서 인구수가 적은 진도에겐 국회의원 배지는 더 멀어졌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진도출신 박지원 후보가 당선되면서 진도군은 39년 만에 진도 출신 지역구 국회의원을 맞게 됐다. 

 

총선 때면 얼굴 내밀지만

                               이영호 전 의원은 총선 때마다 얼굴을 내밀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선거 때면 얼굴을 내밀지만 선택받지 못한 비운의 인물은 언제나 있다. 
최근 들어 대표적 인물은 이영호. 완도 출신 이영호 전 의원은 2004년 제17대 완도‧강진 선거구였을 때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된 후 제18대 총선부터 완도가 해남진도 선거구로 합해지면서 정치 불운아가 됐다. 
제18대 총선 때 통합민주당 경선 탈락, 19대 총선 때 무소속 출마. 제20대 총선 국민의당 예비후보, 제21대와 제22대 총선 민주당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당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전 총선 단골은 윤철하였다. 신민당 후보로 5대, 7대, 10대, 12대 등 4번의 총선 출마에도 의원 배지를 달지 못했다. 황산출신 김봉옥도 제11대 총선 민주사회당, 제14대, 제15대 무소속 출마, 이후에도 출마와 불출마를 반복해 왔다. 2018년 제7대 해남군수 선거 때도 얼굴을 내미는 등 항상 선거 단골이었는데 이번 총선에선 조용했다. 

 

벽보도 딱 2장, 1대1 처음

해남 첫 양자대결, 벽보도 2장뿐이다.

 이번 총선은 해남출신 후보가 없는 진도 출신 후보간의 첫 선거였고 또 무소속 주자 없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의 첫 양자대결이었다. 
이번 총선은 전국적으로도 경쟁률이 2.7대1로, 2020년 21대 총선 경쟁률 4.4대1보다 낮았고 지난 1985년 12대 총선 2.4대 1의 경쟁률 이후 39년만에 최저치다. 이는 이번 총선이 진영간의 대결 구도가 더욱 공고해졌음을 의미한다.
지역별로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가 7대1로 최고 경쟁률을 보였고 이어 전남 목포가 6대1의 경쟁률로 뒤를 이었다. 해남처럼 민주당 대 국민의힘 양자대결은 여수시갑과 고흥‧보성‧장흥‧강진 선거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