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도 예약시대…속닥속닥 문화도 사라져
사랑방 역할 축소됐지만 젊은 세대 만족도 높아
동네 사람들과 파마를 말고 담소를 나누던 미용실. 우리 문화에서 우물, 빨래터, 목욕탕, 미용실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가 쌓이던 사랑방이었다.
북적북적 모여 마을 돌아가는 이야기며 시어머니 흉, 남편 흉에 농사 정보, 정치권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여인들의 해방구이자 대화의 공간이었다.
해남 면 단위, 읍 고도리 주변에는 여전히 오며 가며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하는 미용실이 많지만, 해남읍 중심부에는 젊은 세대를 공략한 예약제 미용실이 늘고 있다.
코로나로 손님 간 대면 접촉을 줄이기 위해 1인 예약제 문화가 양산됐고, 지금은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혔다.
해남읍에는 현재 10개 이상의 예약제 미용실이 운영되고 있다.
해남의 예약제 미용실은 대부분 홀로 운영하는 1인 업장이다. 1인 미용실은 소자본으로 가게를 꾸릴 수 있어 최근 해남읍에 생기는 미용실 대부분이 1인 예약제 미용실이다.
한 디자이너가 예약 관리, 머리 시술과 결제까지 담당하는데,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없어 사전 상담을 통해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예약을 진행한다.
보통 시간별로 하루 10건의 예약을 받는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30분~1시간 단위로 예약을 받고 있다. 가게에 따라 네일샵을 함께 운영하는 곳도 있다.
1인 미용실은 혼자 하는 미용실이라는 의미 외에도 한 번에 한 명의 고객만 시술하는 미용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100% 예약제이기 때문에 손님들이 시간에 맞춰가면 기다릴 필요도, 누군가와 마주칠 일도 없다.
미용사도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동시에 만족도가 높다.
예약제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예약에 따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 예약이 없을 때는 쉬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예약 시간에는 1인만을 위해 집중해 시술하기 때문에 정성을 더 쏟을 수 있다”고 말했다.
1인 예약제 미용실의 등장으로 과거 사랑방 역할은 사라졌지만 손님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고 정보를 나누는 대신, 오로지 1인을 위한 공간에서 스피커에 나오는 노래를 듣고 머리 스타일을 만들어가며 조용히 힐링한다.
예약제 미용실을 자주 이용하는 젊은 층들은 “내 머리 시술만 집중해서 만족스럽다. 머리 시술을 하면서 많은 사람과 소통하지 않고 조용히 힐링할 수 있어서 편안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