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가을편지
2010-10-01 해남우리신문
어머니, 당신이 유난히 좋아하셨던 계절이라지요. 그래서 남자의 계절에도 아버지는 계절앓이를 할 수 없었다고 하셨던 말이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 자꾸 나이가 들어갈수록 상념만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루어야할 꿈도 이루어놓은 꿈도 자꾸 실체가 아닌 듯 그리 허망합니다. 하늘은 염치도 없이 저리도 푸르고 푸르기만 해서 제 가슴에 하늘빛 멍이 듭니다.
어머니, 어제는 친구가 전화를 해서 음악을 들려주더군요. 혼자서 예쁜 그릇에 정성껏 음식을 담아 우아하게 저녁을 했노라는 친구의 저녁을 훔쳐보니 참 쓸쓸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고즈넉한 저녁을 맞을 수 있는 친구가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좀 치열하게 사는 거 아시지요.
어머니, 날은 흐린데…. 가을비라도 왔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비가 오면 우산 하나 사서 뒷모습이 닮은 여자 둘이 빗속을 걷는 꿈을 꾸어보기도 합니다. 꿈속에서라도 그리하고 싶었는데…. 어머니 당신은 참 인색한 분이시네요.
커피를 책상에 두었는데 김이 다 사라지도록 마시지 못하고 있습니다. 까맣게 미동도 없이 침잠하고 있는 커피가 참 향기롭습니다.
어머니, 비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길에 나란히 걷는 두 여자를 상상해 봅니다.
어머니,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