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오월, 생명을 구하는 법

2024-05-20     윤지선/해남새_봄
                                     윤지선/해남새_봄

 

 지금 산과 들은 온갖 날짐승 들짐승이 짝을 찾으며 내는 소리로 가득하다. 여름 철새들은 세레나데 부르며 짝을 찾고, 해남의 유난히 거센 봄바람을 급행열차 삼아 올라타고 강남에서 올라온 지지배배 제비도 면단위마다 어디가 가장 장사가 잘 되고 사람 인심이 후한지 유심히 인간을 오래 지켜본 부동산 경력으로 살피며 둥지 짓고 알을 낳고 있다. 
떨어지는 똥이 지저분해서 둥지를 허무는 점포도 많지만 제비의 선택은 과연 흥부 놀부 이야기가 만들어질 만하다. 제비는 뱀과 맹금류로부터 둥지를 지키기 위해 언제부턴가 사람과의 공존을 선택했다. 빈집에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이렇게 산천이 다 짝짓고 새끼 까는 그야말로 야생 세계가 본래 어버이날이요 어린이날인 오월이다. 남녘의 근현대사는 이런 늦봄의 날에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부모 자식의 제삿날이 기도 하여 이 봄날 더욱 가슴 찢어지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어디 인간에게만 그럴까. 현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소유와 생산과 편리를 명목으로 놓은 도로들로 갈가리 찢어놓은 땅마다 오진 봄날을 맞이하고 있던 야생동물들도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곤 한다. 특히나 이번 달 오월이면 첫 발정에 짝 찾으러 본능적으로 가출을 감행하는 야생의 청소년 동물들의 교통사고는 치명적이다. 
시속 40키로 미만 운전시에는 갑자기 동물이나 사람이 뛰어들어도 대처가 가능하다. 그러나 60키로 이상 운행시 무리한 제동이나 방향 전환은 운전자의 목숨도 위험하기에 그대로 치고 갈 수밖에 없다. 
바쁜 농번기 오월 앞길 막는 이양기 트랙터를 추월하고 냅다 밟다 치어본 경험. 어쩌면 이 바쁜 농번기 느긋한 운전이 오히려 운전자에게도 다른 목숨들에게도 생명연장의 속도일 수 있다. 
아침에 반려견 반려묘와 다정한 눈맞춤을 나누고 나섰는데 뜻밖에 사망사고 가해자가 되어 초점을 잃어가는 우리와 같은 붉은 피의 젖먹이 동물과의 조우는 운전자들에게도 한동안 큰 정신적 트라우마를 준다. 
멧돼지 고라니 같은 큰 동물은 운전자 당사자에게도 위험하다.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로가로 옮겨도 좋지만 먼저 운전자의 안전이 중요하니 신고를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죄책감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야생동물 로드킬 신고는 ‘지역번호+110번’. 사체 처리는 지방자치단체마다 관할 구역 처리가 달라서 빠르게 운전 중이었다면 사고지점을 알기 어려우니 미리 ‘굳로드’라는 앱을 깔아두는 것도 방법이다. 실시간 위치 전송하면서 신고 가능하다. 충남도의 경우 티맵과 통신사가 연동해 운전 중에 “시리야~ 로드킬”이라고 말만하면 사고가 접수되는 행정을 펼쳐 우수혁신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충남도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을 해남의 야생동물과 로드킬. 해남 ESG경영면에서도 이러한 혁신은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주길 바란다. 아직 살아있고 구조할 야생동물이 있다면 전남은 아직까지 2시간 거리인 순천 전남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여기까지 오고 있어 오뉴월 업무마비가 일어날 지경이란다. 
인가 근처에서 이른 봄 부지런히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온 텃새류인 딱새와 오목눈이가 둥지를 옮기는 이소 시기이기도 하다. 이소에 성공한 어린 새들은 서툰 날갯짓으로 유리창에 비치는 초록 숲을 착각해 부딪히는 일도 초여름 빈번하게 일어난다.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2만 마리, 연간 800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과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다. 맹금류 스티커는 전혀 효과 없다. 5×10센티 간격의 조류충돌방지 스티커여야 작은 새들이 인공 구조물로 인식하고 피한다. 
스티커가 부담된다면 이 여름 초록이 동색되어 밋밋한 창문마다 점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시인들의 시를 써넣어보라. 지울 수 있는 펜으로 썼다가 분기마다 바꿔주는 것도 좋다. 가정마다 학교마다 직장마다 생명도 지키고 문화적으로도 성숙한 해남 가꾸기는 이 바쁜 여름 생각보다 우리 가까운 일상에 작은 배려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