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깊은 해남이야기 53 | 이문환 회장님의 이름을 잊지 않겠습니다
나주에 호비(호남비료공장)가 있었다. 지금은 LG화학 나주공장으로 바뀌었다. 광주에는 아세아자동차 공장이 있었다. 지금도 광주광역시 광천동에 있는 기아자동차공장의 전신이다. 지금은 공장의 옛날 이름도 사라지고 다 새 이름으로 바뀐 터에, 호비와 아세아자동차 공장을 세운 분이 누구였는지 아는가? 이렇게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는 분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삼성왕국을 세운 이병철이나 금호그룹을 세운 박인천, 그리고 포항제철의 신화를 이룩한 박태준 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 인물의 이름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현상은 바람직한 일도 자연스러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기억해야 할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그 인물에 대한 나아가서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분은 해남 사람들에게 낯선 분이 아니다. 두 공장을 호남의 심장부에 유치한 선각자는 이문환 회장이다. 이문환 회장은 해남읍 교회의 전설적인 목회자 이준묵 목사의 친형이기도 하다.
이준묵 목사의 팔순기념문집《참의 사람은 말한다》에서 이문환 회장이 쓴 주옥같은 원고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 어제인듯 또렷하다.
‘동생에게 부친다’는 제목으로 쓴 친필 원고에는 놀랍게도 이문환 회장이 일본에 건너가서 10여년 동안 자동차 수리기술을 배워 온 이야기로 부터 호비와 아세아자동차 공장을 세운 비하인드스토리가 빼곡히 실려있다. 해방이 되면서 이문환이 맨 먼저 입안한 것이 비료공장이었다. 산소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질소를 이용해 비료를 생산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나주에 비료공장을 세우기까지 이문환은 13년을 쏟아붓는다.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이 이문환의 비료공장을 어떻게 대접했는지 궁금하신 분은 이문환의 수기를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5‧16군사정권에게 사실상 나주호비를 빼앗긴 이문환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자동차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심하고 유럽으로 눈을 돌렸다. 무일푼이나 다름없었던 이문환이 유럽의 자동차업계를 설득하고 박정희 정권을 감동시키기까지는 다시 10년이 필요했다. LG나주공장, 광주 광역시 기아자동차공장을 방문하는 분들은 이문환이라는 이름 석자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