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세 부녀회장…마을 자식 노릇도 척척

어머니도 20년간 함께 북평 묵동 서춘희씨

2024-05-27     조아름 기자
87세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북평 묵동 서춘희씨는 마을 어르신들의 자식노릇도 거뜬히 해낸다. 

 

 북평면 묵동리 서춘희(58)씨, 마을에서 가장 나이 어린 청년이다. 친정어머니 김복진(87)씨와도 20년째 동거동락하지만 마을 어르신 누구에게나 필요한 마을의 자식이다. 
서춘희씨는 주변의 추천으로 지난 5월8일 효행자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동네에서 친정어머니를 잘 모시는 효녀이고 마을 어르신들을 잘 모신다고 추천한 상이다.
서씨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2남3녀를 혼자서 키우신 87세 어머니 곁을 지키고 있다. 
친정어머니를 모신 지 20년이 넘은 서씨는 처음엔 요양차 고향에 내려왔었다. 고향에 머물며 건강이 좋아졌고, 농사를 지으며 마을의 가장 젊은이로 부녀회장 일도 맡아왔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서씨는 마을의 심부름꾼이자 주민들의 자식이다. 각 가정에서 tv, 휴대폰, 보일러 등 각종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서씨를 찾고 이를 뚝딱 고치는 서씨를 어르신들은 맥가이버라 부른다. 
어르신들은 “오만 거 다 잘한다. 맨날 도와달라고 하니 미안하제. 성격도 좋고 안 되는 것도 다 고쳐준다”고 말했다. 
박성준 이장은 “동네에도 잘하고 혼자 사는 어머니들께도 잘하니 감사하다. 부녀회장이 마을에서 제일 젊은데 마을 일도 잘 챙기고 혼자 사는 어르신들도 잘 돌본다”고 말했다. 
4년 전부터는 이웃마을 어르신들까지 돌보는 노인생활지원사로도 일하고 있다. 
서씨는 노인생활지원사로 묵동, 남전, 안평 등 마을의 어르신 17명을 돌보고 있다. 어르신들 댁을 방문하고 안부를 묻거나 말벗이 돼주고, 간단한 도움을 드리는 일을 한다. 
일주일에 1번 방문을 하고, 3번 연락을 드리는 게 원칙이지만 서씨는 직접 얼굴을 봐야 마음이 놓인다며 더 자주 어르신들 댁을 방문한다. 
어르신들은 서씨에게 하소연할 때가 많다. 서씨는 전화로 안부를 묻다가도 목소리가 안 좋으면 댁으로 달려가 어르신들의 하소연을 듣고 마음을 풀어드릴 때가 많다. 
어르신들은 하소연을 들어주고, 어려운 일들을 도와주는 서씨에게 “내 자식보다 낫다”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늘 서씨의 방문을 기다린다. 그는 마을에서 홀어머니뿐만 아니라 이웃 어르신들에게도 딸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서춘희 부녀회장은 “고향에 내려와 어머니를 모시고 산 게 어느새 20년이 넘었다. 어머니는 도시에 가도 답답해하시고 여기를 전부로 생각하고 사시니, 이곳에서 앞으로도 평생 살 것 같다”며 “공기도 좋고 사람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