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정원 눈길 가네…12년째 손수 가꿔
옥천 조운리 81세 정옥근씨 정원은 놀이터이자 현장
옥천면 조운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담장 너머 특이한 정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 독특함 때문에 길을 지나는 이들도 한참 멈춰 구경하는 일이 다반사, 해남우리신문에도 이 정원을 제보해왔다.
12년째 집을 가꾸고 있다는 집주인 정옥근(81)씨. 그의 집은 벽돌 한 장 한 장, 모두 제 손으로 직접 쌓아 올린 결과물이다.
자신을 노가다꾼이라 소개하는 정씨는 고흥이 고향으로, 40년 전 해남에 왔다. 공사현장, 농촌에서 일하고 번 돈으로 벽돌 한 장씩 올리며 집을 지었고, 정원까지 조성하며 1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80줄의 나이에 그를 써주는 현장이 적지만, 지금도 인력사무소에 나가 일을 한다. 일이 없을 때는 이곳 정원이 그의 놀이터이자 현장이다.
정원에는 정씨의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장식품과 분재 대부분은 옥천 민속품경매장에서 구입한 것이다. 특이한 동상, 분재, 원석, 수석 등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1년 걸려 구입한 것들도 있다.
피리 부는 여인과 학교 가는 학생들, 말, 기린, 황소, 토끼, 팬더, 사슴, 재규어 등 다양한 동상이 담장 밖을 바라보고 있다. 지나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며 이 길을 걷는다.
동상을 전시할 때는 정씨만의 특별한 전시법이 있다. 벽돌로 단을 쌓아 올리고, 인조잔디를 고정한 후 동상을 올리는 것이다.
기린, 말, 사슴도 푸른 초원에 뛰어 놀아야 하기 때문에 그는 푸른 인조잔디를 동상 아래에 깔게 된 것이다. 이로써 그의 정원은 사시사철 푸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정원에는 벽돌로 화단을 만들어 분재를 심었다. 소사나무, 소나무, 동백나무, 단풍나무, 모과나무 등 아름다운 수형을 자랑한다.
또 한 켠엔 정씨의 체력단련장으로 샌드백과 자전거 등이 자리한다.
공사를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현장에서 어깨 너머로 길러온 감각이 그의 정원에 녹아들었다. 12년에 걸쳐온 긴 공사가 이제 끝을 앞두고 있다. 그의 마지막 공사는 창고 겸 옥상 전망대다.
벌써 6개월째 만들고 있다는 정씨는 이곳 옥상 전망대에 올라 동무들과 장기 한판을 두는 그림을 상상한다.
창고 앞에는 남다른 감각의 조형물을 만들었다. 사다리꼴 모양의 화단을 만들어 분재를 심었고, 수석으로 꾸밀 예정이다. 그는 이것을 끝으로 공사를 그만할 예정이다.
해남읍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그는 12년 전 옥천면의 작은 마을에 이사 오면서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다. 이제 이곳에서 천천히 한적한 노년을 보낼 심산이다.